On_The_Way

사활과 수순

연학 2025. 6. 29. 17:11

바둑 한창 재미있을 나이

뭐 여전히 제대로 문제도 풀지 않고 연습도 가끔 타이젬으로 눌러나 보는 정도이니, 수준이 늘래야 늘 수가 없지만... 아침 저녁 유튜브에서 사활 문제는 몇 개씩 보다 보니, 그래도 눈은 좀 생긴 듯하다.

요새는 수읽기가 조금 좋아졌는지, 자충을 만드는 법에 대한 부분이 조금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확실히 지금까지보다는 3-4수가 더 보이긴 하더라. 일감도 확실히 나아졌고. 그냥 지금껏 외우듯이 그냥 한 번 생각하는, "괜히 멋있어 보이는 치중"의 자리, "2의 1"이 어떤 수순을 읽었어야 하는 것이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참 느리다. 여기까지 오는데 몇 년이 걸리다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지금 당장 손을 봐야 하는 곳들도 알게 되겠고.

ML을 동원한 게임이론에서, 어떤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가에 대한 실험 결과, "Tit-for-Tat을 고수하되, 첫 판은 좋은 것을 주어라"는 전략이 가장 먹혀 들었다고 한다. 대충의 수순이 보이는데, 뭐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장 싫어하고 더러운 패싸움(바둑용어임)을 비롯해서, 수순이 길어지는 것들이 난 별론데. (뭐 나뿐이랴. 도파민에 찌들은 우리가 다 그렇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 사활 문제를 풀다 보니 뭐 아주 틀린 수순은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

그런데 이렇게 수순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우주소녀 스미레의 중앙 세력 중심 바둑이 재밌긴 한데, 정작 나는 궁극적으로 실리를 추구한다면서도 그 실리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앞뒤가 안 맞는 어설픈 게임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 약간의 씁쓸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