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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時客

시대를 관통하는 윤리의 기준과 AI 시대의 Humanity

by 연학 2025. 5. 26.

윤리의 기원—신, 인간, 그리고 타자

인류의 윤리적 사고의 중심에는 '황금률(Golden Rule)'이라 불리는 보편적이고 오래된 도덕 원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 전통에서 발견되며,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간단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교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慾 勿施於人 :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교과서를 통해 익숙한 문구입니다. 크리스트교에서는 예수의 가르침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불교,이슬람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는 인간의 도덕적 직관이 특정 종교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윤리적 원칙은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신론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와 밀라노 추기경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의 대담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 무엇을 믿을 것인가? - In cosa crede chi non crede?(믿음인가 불신인가)』라는 책에서 종교와 무신론, 윤리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무신론자는 무엇에 윤리적 기준을 삼느냐는 마르티니 추기경의 질문에, 에코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더라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도덕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인간 중심의 윤리관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윤리적 삶을 강조합니다.

 

대담은 무신론자들이 어떻게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인간 중심의 윤리관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윤리적 삶을 강조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원칙이 기업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는 윤리 강령에서 "내일 신문에 보도되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윤리적 판단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투명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의 일환으로, 개인의 행동이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합니다.

수도원의 정결—공동체 안에서의 타자 중심 윤리

수도원 공동체는 인간 관계와 공동체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도자들은 정결, 청빈, 순명의 서약을 통해 공동체 내에서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특히 정결 서약은 단순한 성적 금욕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특히 행동과 의사소통에 있어 절제와 신중함을 요구합니다. “다른 수도자들이 알아도 되는 것이 아니면 행동하지 말 것”이라는 표현은 공동체의 조화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지침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범은 다양한 수도회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각 수도회의 규칙서나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수도원의 정결 서약은 무신론자의 타자 중심 윤리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윤리 강령의 판단 기준도 그 근원에서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 Religion for Atheists』에서 종교가 공동체, 친절, 교육, 자애 등의 가치를 통해 인간의 삶에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종교의 의례와 공동체 활동이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을 주며, 이는 무신론자들에게도 유용하다고 말합니다. 즉, 종교적 신념 여부와 관계없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도덕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윤리—기술과 인간성의 교차점

인공지능(AI)는 숨쉴틈 없이 삶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3개월이면 20년 전 인터넷 변화의 3년보다 더 기술이 변화합니다. 자칫 중심을 잃을 수 있는 이 상황에 많은 이가 윤리적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지 다시 묻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의 연구에 따르면, 불과 2-3년 사이에, AI의 효율은 수백배로 증가했습니다. HAI는 그간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던 고유 분야에 AI의 기술이 적용되며, 인간과 협력하여 혁신과 생산성을 촉진하고,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발전은 윤리적 도전을 동반합니다. 예를 들어, AI 시스템의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데이터 편향으로 인해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ESCO는 인공지능 윤리 권고(2021) [3] 을 통해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권고안은 AI 시스템이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합니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의 확산에 있어,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 원칙을 제시하며, 투명성, 공정성,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 설명 가능성 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 중심 설계(Human-centric Design) 의 원칙은 AI가 인간의 판단 보완, 강화하고, 완전한 자동화 보다는 인간이 감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을(human oversight) 강조합니다.

 

신은 죽었는가? 아니면 어디에 있는가?

AI의 적용 사례를 일부 앱이나 뉴스로 접하는 일반은 '무섭다,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AI에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시대는 종교인들에게 더 큰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할 지 하는 것입니다." 심리 상담까지 진행해 주는 AI를 두고, 인간에 대한 위안 마저도 AI가 수행한다면 "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올해(2025) 5월에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AI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로 지목하며, 이를 산업혁명 시기의 사회적 변화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AI가 인간 존엄성, 정의, 노동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AI가 인간 관계를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환원시킬 위험성을 경고하며, 인간 중심의 기술 발전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교황청은 2025년 1월 발표한 『Antiqua et Nova (옛것과 새것) [1]』라는 문헌을 통해, AI와 인간 지성의 관계를 다뤘습니다. 이 문헌은 AI는 인간 지능의 인공적 형태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간 지능의 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 [2]() 합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적 판단을 대체할 수 없으며, 인간 존엄성과 자유를 보존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인간의 책임과 투명성이 필수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인간은 "본성상 대인관계를 맺도록 되어 있으며", 서로를 알고,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고, 다른 사람들과 친교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지능은 고립된 능력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휘되며, 대화, 협력, 그리고 연대를 통해 가장 충만하게 표현됩니다. [1]  또한 인간은 경험적 데이터의 한계를 넘은 진실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이성이 항상 더 나아가도록 자극합니다.[1] AI가 아무리 힐링과 공감을 해 주는 대화를 할 수 있다 해도, 이는 사람의 대화에 대한 모방에 불과하며, AI가 분석해 오고, 보여주는 지식은 현실의 한 부분일 뿐, 더 고양된 진실을 찾는 인간의 바램을 카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했듯이, AI와 관련하여 "'지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며"  인간 본성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간과할 위험이 있습니다. AI는 인간 지능 의 인공적인 형태가 아니라 그 결과물입니다.[1] 이러한 교황들의 발언은 AI 시대에 가톨릭 성직자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성직자들은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신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윤리적 판단, 영적 동반, 교육을 포함한 다면적인 역할을 요구하며, 인간 중심의 신앙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신은 사람들 가운데 있다"

결론적으로 인류의 윤리 기준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타자와의 공생과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에코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더라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도덕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 중심의 윤리관일 수록, 타자에 대한 공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윤리적 삶이 강조됩니다.

 

이 모든 흐름은 "신은 사람들 가운데 있다"는 선언으로 귀결됩니다. 이는 단지 신학적 진술이 아니라, 윤리적이며 관계적인 선언입니다. 신은 하늘 높은 곳의 관망자가 아니라, 인간 사이에 머무르며, 우리 사이의 관계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성경의 요한묵시록 이를 이렇게 전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거처가 사람들과 함께 있다.'
— 요한 묵시록 21,3

 

기술의 발전, 신의 부재에 대한 질문, 세속화된 세계, 그리고 수도원의 고요한 규율.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자리에 이릅니다. 사람. 타자. 그리고 그 사이의 관계. 그것이야말로 시대를 관통하는 윤리의 기준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성(Humanity)의 본질입니다. 인간은 인간 사이에서 인간이 되며, 하느님은 인간 사이에서 하느님이 됩니다.


신은 대화의 틈, 침묵의 공백, 손을 내미는 순간, 그리고 타인의 얼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AI 시대일지라도 그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신은 기계 속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 가운데, 그 조용하고도 거룩한 장소에 머무릅니다.


[1] https://www.vatican.va/roman_curia/congregations/cfaith/documents/rc_ddf_doc_20250128_antiqua-et-nova_en.html

 

Antiqua et nova. Not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Human Intelligence (28 January 2025)

[DE - EN - ES - FR - IT] DICASTERY FOR THE DOCTRINE OF THE FAITH DICASTERY FOR CULTURE AND EDUCATION ANTIQUA ET NOVA Not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Human Intelligence I. Introduction 1.  With wisdom both ancient and new (cf.

www.vatican.va

[2]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0207500045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 인공지능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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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atholictimes.org

[3] https://unesco.or.kr/wp-content/uploads/2024/06/%EC%9C%A0%EB%84%A4%EC%8A%A4%EC%BD%94-%EC%9D%B8%EA%B3%B5%EC%A7%80%EB%8A%A5AI-%EC%9C%A4%EB%A6%AC-%EA%B6%8C%EA%B3%A0-%ED%95%B4%EC%84%A4%EC%84%9C.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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