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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後世評3

주역 : 뇌화풍의 시대 뇌화풍: 풍요의 절정에 심어진 결핍의 씨앗나는 아마도 뇌화풍(雷火豐)의 시대에 살았다. 하늘에는 번개가 치고, 태양은 빛나며, 곡식은 그득해 보였다. 창고는 가득 찼고, 신문에는 ‘성장’이라는 두 글자가 매일같이 실렸다. 겉으로는 풍요로웠으나, 그 속에선 뭔가 어긋난 소리가 났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과 사회에서 ‘정신의 향기’가 사라졌다.전후의 황폐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라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고아들을 해외로 보냈고, 광부와 간호조무사들을 외국에 파견했다. 군인은 월남전에 참전했고, 노동자는 중동의 사막 건설현장에 흩어졌다. 달러가 들어왔고, 강남 땅값은 치솟았다.이 과정은 주역의 뇌택귀매(雷澤歸妹)와 닮았다. 귀매는 정상 순서가 뒤집힌 결합, 때를 맞추기 위해 급히 맺어진 만남이다. 서괘전은 귀.. 2025. 8. 19.
콘클라베 단상 교회사 2000년 투톱의 역사교회 역사에서 베드로와 바오로는 초기 크리스트교의 두 기둥으로 전해진다. 이 둘은 각자 역할로 교회 기초를 다졌는데, 베드로는 조직을, 바오로는 교리를 담당하는 인물로 평가받곤 한다. 예수의 가르침을 직접 받고, 예수의 공생활 기간을 함께하며 "내 양들을 돌보아라"는 명을 받은 베드로. 교회 정통성 계보는 베드로(피터, 피에트로, 피에르)에게서 이어진다. 지금의 교황이 그 267대 후계자가 된다. 그리고, 지역 종교를 글로벌화하는 데 절대 기여했다고 할 수 있는 사도 바오로(바울, 폴, 파울로). 신약성경 상당 부분은 바오로의 서간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트교는 바오로의 종교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니까. 교리의 뼈대를 잡는 데에 당대 이만한 엘리트 핵심 인재.. 2025. 5. 14.
무속 기반 친위쿠데타 실패에 대한 단상 먼 훗날, 이번 12월 3일 친위쿠데타로 누군가 문학 작품, 연극을 쓴다면 수십개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한 여인이 의도치 않게 대통령의 부인까지 오르게 된 이야기. 사시에 번번이 낙방하던 고시생이 늦깎이 검사가 되어 스타덤에 올라 대통령까지 되었으나, 준비되지 않아 스스로 멸망하게 된 이야기. 비상계엄의 선포 과정에서 벌어진 무속의 의존. (이것은 마치 맥베스의 세 마녀를 떠올리게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항쟁과, 친위쿠데타 실패로 이어지는 과정. 하나하나 버릴 것 없이 조선 시대 사극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요사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속에 대한 부분이다. 무속인들과의 연루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영부인과 그 주위에 있던 건진법사, 천공과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처.. 2024.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