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에는 ChatGPT의 광풍이 거셉니다. 게다가 코로나도 잠잠해지며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도 사그라든 분위기죠. 관련한 회사들의 주가도 고점 대비 80% 가까이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분위기입니다.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보고서에 "메타버스"를 넣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좀 빠르게 바뀌는 듯 합니다.
보통, 저의 하는 일에서는 이 정도 시점이 관련 기술을 도입할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인 산업에서는 그간에 비싸서 도입할 엄두를 못냈던 것들이 조금씩 가능해지기 시작해지는 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요새들어, 메타버스 게임도 깔아보고, 관련된 여러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고 있습니다만, 아직 매력적인 메타버스를 만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것이 지금 사그라드는 관심의 이유일 듯 합니다.
그냥 "가상현실"도 아니고, "온라인 게임", "소셜미디어", "인터넷사이트"도 아니고, 장비 쓰고, 뭔가 몰입도 높은 환경을 저제상 어디에 만들겠다는 것인데, 대부분 나이드신 투자자, 의사결정자 분들은 그게 뭔지도 모르실 것 같고요. 그걸 투자 유치하는 분들 조차도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바가 다른 것 같습니다. 약간의 그럴 듯한 데모화면으로 투자를 결정하시지만, 사실 그 안에 들어가는 돈도 어마무시할 것이고요. 유지보수 안되고, 버려지는 곳도 꽤 많아지고 있는 듯 하더라구요. 마치 2000년대 초기에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난립했지만, 휑하게 버려지는 곳도 훨씬 많았던 것처럼요.
이렇게 저렇게 메타버스 관련된 공부를 하다보니, 제가 보고 있는 핵심은 1) 몰입도 높은 경험(AR, VR), 2) 상호 작용의 실시간화, 3) 플랫폼, 디바이스간 호환성, 4) 개인화/자유도의 강화, 5) 세계(Universe) 내외에서의 경험/자산의 영속성 확보 정도로 요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Web 3.0 이라고 하는 미래형 인터넷의 지향점 하에서, 그 세계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그림(마치 Internet Explorer에 구현되었던 이전 세대 Web처럼)이 메타버스가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보았을 때, 지금까지 구축된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것의 상당수는 이 중에서 1, 2개 정도만을 포함하고 있는 부분적인 개념으로만 보이는군요. 그러다보니 사람은 못 모으고, 버려졌던 수많은 21세기 초의 사이트처럼 많은 사이트가 버려지는 듯 합니다. 게다가 아직 제조업에서는 말만 많지, 어디에 써야 할 지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 듯 하고요.
상업용 사이트에서는 그나마 게임을 제외하고는 아직 갈길이 먼 듯 해 보이네요. 게다가 그 게임업체들에 대한 주가도 많이 떨어져서, 사실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어디서 연결이 될 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의 아이디어로는, 아마 매우 인간 같이 생긴 로보트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AI가 활동할 주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AI의 도움으로 메타버스에 채워넣을 수 있는 컨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같습니다. 당장은 GPT와 놀지만,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고, 동영상을 만드는 AI 플랫폼이 특이점을 거의 넘었다고 평가를 받는 시기여서,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메타버스가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투자 유치 보고서, 많은 컨설팅 보고서에서 '메타버스'만 넣으면 뭔가 될 듯 한 것처럼 포장한 것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합니다. 실상 구축 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용 생각하지 않고, 제조업이나, 플랫폼 사업과 같이 '현실 세계'의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들에게 메타버스를 만들자고 부추기는 건 아닐까 싶은 거죠. 제대로 된 플랫폼에서 가장 막강한 "실물" 컨텐츠를 가진 기업들이 활동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텐데 말입니다. 교육이건, 효율증대건, 고객경험 제고이건, 비용 절감이건, "당장 판매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인식을 해야하고 말이죠. 옛날옛적 "ERP를 깔면 매출이 높아질 거다"라고 생각했던 기업 임원들의 인식과 다를 것이 없는 현실의 인식을 자주 보곤 하거든요.
메타버스의 구현을 위해서는 사실 가장 작은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가상현실로 '올리는' 작업을 해야할 겁니다. 매장을 관리하는 기업이라면, 전지점의 도면과 시설, 가구 배치와 같은 것들을 DB로 올리고, 조직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분석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것도 없이 단순히 '매장 경험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매장을 가상화 한다고 하여 판매나, 고객 경험, 아니, 그보다도 어떤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시스템에 데이터를 올리고, 분석을 하려고 하고, 폐쇄가 아닌 개방으로, 외부와 연결하려고 해야 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는 메타버스, 디지털화는 사실 시대에 뒤처지는 발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인식이 어쩌면, 지금 업계에서 우리의 '전통적 고객'들을 설득 시키기 위해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일 것 같습니다.
2023년, 올 한 해 AI의 급격한 확산을 목도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에 따라서 메타버스도 커질 것 같고요.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접근하면 써먹을 것이 많은데, 아직 잘 못빼먹는 산업계의 현실이 안타깝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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