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 2000년 투톱의 역사
교회 역사에서 베드로와 바오로는 초기 크리스트교의 두 기둥으로 전해진다. 이 둘은 각자 역할로 교회 기초를 다졌는데, 베드로는 조직을, 바오로는 교리를 담당하는 인물로 평가받곤 한다. 예수의 가르침을 직접 받고, 예수의 공생활 기간을 함께하며 "내 양들을 돌보아라"는 명을 받은 베드로. 교회 정통성 계보는 베드로(피터, 피에트로, 피에르)에게서 이어진다. 지금의 교황이 그 267대 후계자가 된다. 그리고, 지역 종교를 글로벌화하는 데 절대 기여했다고 할 수 있는 사도 바오로(바울, 폴, 파울로). 신약성경 상당 부분은 바오로의 서간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트교는 바오로의 종교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니까. 교리의 뼈대를 잡는 데에 당대 이만한 엘리트 핵심 인재는 없었을 거다. 약점은 굴러 들어온 돌이라는 점. 그것도 크리스트교 박해자 출신의. 기록은 사도행전 15장에서의 토론 정도로 남아 있지만, 갈등도 꽤 있었을 법 하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우위를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 한 듯, 성인호칭기도에서도 이 두 성인을 한 번에 부르거나, 축일도 함께 지내버린다.
교회도 생존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 답 : 그러나 그 답은 모두가 함께 찾아내는 데 있다
사도행전 15장에서의 토론 이래로, 교회는 공의회라는 체계로 교리를 지속 업데이트 해 왔다. 마치 윈도우 마이너 업데이트 같은 느낌? 1.0, 2.0은 아니고 1.1, 1.2 같은. 세상이 변하고, 권력도 변하고, 크리스트교의 지위도 변했다. 어떤 시기엔 잘나가고, 어떤 시기엔 쪼그라들고. 2000년 전엔 로마 황제랑 손잡고 쭉쭉 뻗다가, 1000년 전엔 교황 선거조차 남의 도움 없이는 못 할 정도로 약해졌던 때도 있다. 한때는 내부 부패로 결국 분열도 겪었고. 그런 시기에 모두가 모여 지혜를 짜내고자 할 때, 그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대해 표현하기를, "그 안에 있으면 진짜 성령의 인도를 받는다는 느낌"이라는데, 모두가 모일 때 신이 함께 하는 듯 하다.
요즘 교회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광범위한 인간성과 윤리관의 변화(여기서 중요한 건 '상실'이 아니라 '변화'라는 점)라는 시대적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건가 하는 문제다. 레오14세가, AI시대를 맞은 변화 시기의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의미에서, 산업혁명 기의 레오13세를 따라 교황명을 지었다 하는 데, 절묘한 선택이다.
크리스트교: 지구 최대의 밈
콘클라베에 왜케 관심이 높은지 생각해보다가 유튜브에 시스티나 굴뚝 라이브를 켜놨더니 (이게 생각보다 백색소음으로 집중에 도움이 됨) 실시간 댓글이 전 세계에서 달렸다. 다들 성경 인용하고 있고. 과연 일에 집중한 건가 싶지만.
인구로 비교해 보니:
- 범크리스트교(정교회, 가톨릭, 개신교) 인구: 약 26억 명
- 한자문화권(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일본,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구: 약 26억 명
- 여기에 이슬람도 20억쯤 되고, 불교+힌두교도 19억 정도
대륙별로 퍼진 정도로 보면 크리스트교가 좀 더 넓은 편이니, 우리가 중국, 일본인이랑 논어, 맹자, 삼국지 유관장, 조조 얘기하듯 "공유 가능한 글로벌 컬쳐"가 또 이만한 게 없네. 뮤지컬 제목 생각나게 한다. "Jesus Christ Super Star." K-OOO처럼. 그 전파 과정은 그렇게 순탄치 않았지만 말이다. 재밌는 건 초대 교회 창업 멤버 중에서 제 명에 '몸성히' 죽은 건 요한묵시록의 저자 "사도 요한" 밖에 없다는 것. 나머지는 다 순교했다. 스타트업 생존율이 원래 낮지 않던가.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를 기다리며
콘클라베 개막 미사에서 고령의 추기경단장은 "이 모두의 친교를 이루어내야 하는 목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큰 도전이며, 교회 안팎의 개혁에 대한 갈등의 소문을 비롯해, 전세계의 갈등과 전쟁이 늘어나는 시대에 대한 교회의 답이 필요하다는 질문이었을 터. 요즘 세상에 그런 슈퍼맨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콘클라베의 시작을 보니 재밌던 것이 : 모든 추기경이 투표 시작 전에 성서에 손 얹고 선서하는데:
"Et ego spondeo, voveo ac iuro. Sic me Deus adiuvet et haec Sancta Dei Evangelia, quae manu mea tango."
라틴어로 134번을 들으니 절로 외워지더라고. 마치 미인대회 첫 인사 세션 같은 느낌. 모든 참가자들이 주르르! 그중엔 우리나라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도 있었다.
교회는 전통을 선택할까, 시대를 선택할까, 어디로 향할까.
그리고 절묘한 선택, 밈 : "짬처리 당한 막내"
바티칸의 선택은 절묘하고 절묘했다. "미국인인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첫 번째 미국 출신 교황, "수도자, 선교사와 교구장, 교수, 그리고 교황청 장관을 모두 지낸 이판사판의 교회 내 최강 커리어"의 인물, "당장 프란치스코의 시대를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면서도, 막 개혁을 몰아붙일 싸움닭도 아닌 인물이 되었다. 요한바오로2세 이후 베네딕토16세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차원에서의 전임 대의 큰 일들을 정리하였고, 이번엔 사회적 행보에 있어서도 상황을 정리해 나갈 인물이 선택되었다. 정말 성령이 함께 하신 건가? 극으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땅에서, 중용의 지혜를 보여준 바티칸이 부럽다. 이 땅에도 그런 선택이 가능한 날이 오기를.
전세계의 밈은, 최근의 영화 '콘클라베'에서 묘사된 교황직에 대한 암투가 아닌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Habemus Papam 발표 때 발코니에서 웃는 추기경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던 듯 하다. 막내에게 막중한 책임을 맡겨 버려 되레 홀가분한 느낌이라고 대중은 받아들였다. 미국인 교황이 첫 미사에서 "영어"를 일부 사용한 것도, "유럽언어"만 들렸던 로마에서 신선함을 주었다. 피자의 나라에 "시카고 피자"를 소개한 밈이 또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파인애플 토핑은 아직 안되려나?
곧 있을, 즉위 미사 제2독서에선 어김없이 바오로의 서간을 읽게 되겠지. 균형 감각 넘친 콘클라베의 선택에 대해 앞으로 유쾌한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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