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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Talk

다시 찾아야 할 것은 지식에 대한 진정성

by 연학 2023. 3. 21.

다시 찾아야 할 것은 지식에 대한 진정성

- 2023.3.12

 

GPT-4의 등장

 

넘쳐나는 지식의 소스를 갖게 되었습니다.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클리셰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구글을 통한 검색 몇 번으로도, 보통 이상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ChatGPT는 이제 그 과정 자체도 대체해 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손으로 몇 번 찾은 분들보다, GPT를 활용한 분들이 더 빠른 일처리 속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복잡한 질문에도 더 잘 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 긴급한 리서치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살짝 얕은 이해에 기반한 피상적 리포트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좀 더 알아보면 좋을텐데, 책이라도 한 번 읽어보면, 아니 그 리뷰라도 한 번 제대로 읽어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답변들을 종종 받아보게 됩니다. 열정의 부족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 체계를 더 약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품게 합니다.

 

피상적인 리서치는 종종 빠른 Google 검색 또는 Wikipedia 기사를 통한 간단한 훑어보기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급하게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주니어 직원에게 편리함을 선물해 주고, “일잘러”로 통하게끔 합니다. 그런데 이에 익숙해진 주니어들은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지름길을 선택하고 쉽게 액세스할 수 있는 정보에 의존성이 커지는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주제에 대한 이해가 제한되고 자료의 심도있는 분석 수행에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책 한 번 읽어보지 않은 채,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경우입니다. 책 쓰기도 쉬워졌고, 자신의 생각을 알릴 수 있는 채널도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무엇이 진짜인 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한 주제를 연구한 연구자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기도 합니다. 가짜가 진짜를 뒤덮는 때가 올 수도 있는 겁니다.

 

어떤 “유명한 책”의 인용구를 쓰려면, 제발 그 책을 사 보기라도 하라는 조언을 하곤 합니다. 돈이라도 주고 인용할 만큼의 관심과 열정, 진정성을 보여주라는 뜻이죠. 단순히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 이상으로, 원문을 찾아보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다양한 관점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몇 번 열어보지 않고서, 빠른 리포트를 받을 때, GPT를 시키면, 적어도 그 보다더 잘 정리된 문장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비판적 사고도 없고, 분석도 되지 않은 사람의 답을 신뢰하기가 어려워지는 겁니다. GPT도 아직은 “거짓말”이 많다지만, 얕은 지식으로는 이를 검증할 방법 조차 모르는 경우가 올 겁니다.

 

학습에 대한 진정한 열정은 진정한 지식 습득의 원동력입니다. 진정으로 주제를 이해하는 데 전념하는 사람들은 자료를 조사하고 참여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저희 업처럼 리서치를 열심히 해야 하는 직업들은 더더욱 열심히 자료를 찾아 다니고, 시장의 소식을 접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에 치이다보면, 진짜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익힐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구나 하고 반성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많이 알 수록 성장한다는 느낌과 희열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고, 의미있는 토론에 참여하고, 의견도 내면서 스스로 더 자극하고, 모두가 서로 발전할 수 있을텐데, 그렇게 되기 어려운 유혹이 많으니, 종종 안타까울 뿐입니다. 단순한 일로 보아서 그러려나요.

 

결국 좋은 도구를 통해 일을 빨리 하고 집에 갈 수 있다는 단물에 취해, 조금 더 알아보려는 지적 욕구를 덮어두는 것은, 결국 잘못된 전문 지식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탁월함을 꿈꾸는 이들이, 배움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키우고 진정한 지식을 추구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할 것 같고요. , 강의 및 토론과 같은 다양한 리소스를 확보하고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문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GPT 시대에 들어,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발전시키고 해당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를 만들어 내려는 조직의 문화가 더 장려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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