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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Talk

'Running 2019' 결산

by 연학 2019. 12. 14.

9월 1일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대회 10km 완주 메달

그 시작은 나름 즉흥적이었습니다. 2월달, 부서 팀장 미팅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다른 한 팀의 팀장님이 새로 시작한 '효소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였습니다. 평소 저의 '이미지'를 걱정해 주시던 담당 임원분께서 "나도 해야겠다" 하시더니, 냉큼 "너도 해라"하며 권해주셨고, 비용 때문에 주저하던 제가 아내와 임원 분을 전화 통화로 연결하면서 승락을 받았습니다. 이런 저럭 이유로 '폭식'은 많이 했으나, '입맛'은 없었고, 게다가 보스가 함께 하자 하니, 딱히 회식이나 점심 식사로 중간에 방해 받을 일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는 2주간 순항을 했고, 체중이 최고점 대비 8킬로 정도까지 빠지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점심 시간을 빼어 회사 2층에 마련된 체육 시설에서 한 시간씩 걷게 된 것이 이 모든 변화의 시작입니다.

살이 빠져서 그랬던 것인지, 비루하나마 걷기를 실천하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운동을 마치고, 전신에 전신과 얼굴에 땀이 배는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끝난 후에도, 점심 시간이면 한 시간씩 걷기를 시작했고, 시간이 날 때엔 근처 한강에 나가 걷게 되었습니다. 그 쯤 해서, 회사의 "운동 동호회"에 가입해서 함께 운동하는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도 했고요.

걷다가 지겨워질 때쯤이 되자, 조금씩 뛰어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500미터를 뛰는 것이 힘들어서 조금 뛰다 말곤 했습니다. 그냥 몸이 받아주는 정도에서 운동을 하면 되겠거니 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3월말? 혹은 4월 초순 경에, 회사에서 마라톤대회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이 때도 또 그 담당임원께서 "너도 나가자" 하시면서 손을 잡아 끌었고, 그 쯤부터 매우 느린 속도로 조금씩 조금씩 런닝머신에서 뜀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군대 때에도 조금 체력될 때쯤부턴 구보를 매일 했으니, 그런 정도의 템포를 조금씩 끌어올리자는 생각이었죠. 처음 5km를 뛰던 날에는 정말 20년 전에 훈련 받던 생각이 났습니다. 함께 뛰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렇게 5km를 성공한 다음에는 속도가 점점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회사 사람들과 처음 나간 대회에서도 성공적으로 완주를 했고요. 기록이야 잘 하는 것이 아니었다지만, 러닝 머신이 아닌 길을 사람들과 함께 뛰는 것 자체에서 많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평소 그렇게 잘 뛸 것 같지 않던 동료들이 10km를 완주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고요.

힘이 약간 남았던 터라, 바로 그 주에 런닝머신에서 10km를 뛰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콩콩거리며 지속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마라톤이라는 것이 가진 재미를 느끼게 되었죠.

날씨가 좋아지는 때에,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한강에서 주말에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점차 여러가지 재미있는 코스를 달려보는 것이 좋아졌습니다. 뮌헨 출장을 가서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호텔 근처의 '잉글리쉬 가든'에 10km를 달리러 뛰어나갔고, 서울에서도 점점 '달려서 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은 길'들을 달리는 재미를 들였습니다. 10km 이상을 뛰는 것은 체력도 그렇지만 '한 시간 이상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점점 길을 늘렸고, 9월에는 어느 브랜드 대회의 10km를 완주했습니다. 그리고는 혼자 뛰는 거리도 점점 늘어나서 15km와 그 이상의 거리에도 도전을 하게 되며 올 가을을 마무리 하게 되었네요. 함께 주말 달리기를 하던 아내는 제가 '운동을 하러 가야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결혼 생활 10년에 가장 놀라운 변화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나중에 또 이야기 하겠지만, '처음의 템포를 최대한 천천히 할 수록 더 오래 잘 뛸 수 있다'든가, 달리기 자체를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기록을 넘고, 새로운 코스를 완주할 수록 생기는 자신감도 커져서, 삶의 에너지가 커진 것도 또 다른 효과이고요. 또 저로 인해서 주변의 몇몇이 달리는 데 재미를 붙이고 새롭게 달리기를 시작해서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유투브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달리기에 대한 지식을 쌓기도 하고, 운동용품점에서 러닝화와 러닝용품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사모으는 재미가 또 쏠쏠합니다.

하반기에 사는 데 우여곡절이 있어, 살이 좀 다시 찌기도 하고,  약간의 부상(?)도 생긴 데다, 겨울에 뛰는 법을 잘 몰라서, 올 12월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초에는 다시 10km 대회를 나가고 싶고, 그 이후에는 하프에도 도전하고 싶어, 어떻게든 다시 '몸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내년에도 열심히 뛰어 보겠습니다.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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