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졌다 피고, 또 피었다 지나니... (2020. 5. 1)
花落花開開又落 錦衣布衣更換着
화락화개개우락 금의포의갱환착
豪家未必常富貴 貧家未必長寂寞
호가미필상부귀 빈가미필장적막
扶人未必上靑霄 推人未必塡溝壑
부인미필상청소 퇴인미필전구학
勸君凡事莫怨天 天意於人無厚薄
권군범사막원천 천의어인무후박
꽃은 졌다 꽃이 피고, 피고 또 지며, 비단 옷과 삼베 옷은 갈아 입게 마련이고,
호화로운 집이 항상 부귀할 것은 아니며, 가난한 집이 또 그리 오랫동안 적막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을 밀어 올려 하늘에 닿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밀어뜨려 구덩이 밑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권하건대 범사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늘의 뜻이라는 게 인간에게 그닥 후하지도, 박하지도 않은 법이니까.
- 明心寶鑑 명심보감, 省心篇 성심편
지금의 딸아이 만하던 시절, 그다지 읽을 것이 많지 않았던 때에, 명심보감을 쉽게 풀어쓴 '어린이 명심보감'을 가까이 하며 지내곤 했습니다. 그 때에 재밌게 읽은 이야기 중 하나가 이 성심편의 구절입니다.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책에서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소개해 줍니다.
중국 북쪽 국경 마을에 노인이 살았는데, 어느 날 그가 키우던 말이 국경을 넘어 달아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러 오자, 그는 속상해 하지 않고, "이것이 좋은 일이 될 지 누가 알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며칠 뒤, 그 말이 다시 돌아왔는데, 암말 한 마리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이를 사람들이 축하하려 하자, 노인은 기뻐하지 않고 "이것이 좋지 않은 일이 될 지도 모를 일이오."하고 대답하였다. 정말로, 그의 막내 아들이 그 암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평생 다리를 저는 불행을 겪었다. 그런데 일년 뒤, 오랑캐가 쳐들어와 많은 청년이 군대에 나가 목숨을 잃었는데, 그 아들은 다리 때문에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어 죽음을 면했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
훗날 시인 杜甫두보는 戱贈二友희증이우라는 시에서 勸君休嘆恨 未必不爲福 (권군휴탄한 미필불위복), 즉, '그대에게 말에서 떨어져 팔 부러졌음을 한탄 말기를 권하노니, 새옹의 말같이 반드시 복이 될 지라'고 하였고, 원나라의 승려 熙晦機희회기는 寄徑山虛谷陵和尙기경산허곡릉화상이라는 시에서 人間萬事塞翁馬 推枕軒中聽雨眠(인간만사새옹마 추침헌중청우면,'인간의 모든 일이 새옹의 말 같으니, 마루에 목침 당겨 베고 누워 빗소리 들으며 잠드노라'고 하였다. 1)
나이가 마흔을 넘으면서, 인간사 새옹지마의 고사가 매해 새롭게 들리고 읽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어려운 시절, 쉬운 시절을 한 두 사이클 이상 겪다보니, 두려움은 줄어들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 늘어나는 듯 합니다. 또 눈을 넓혀 다른 사람에게도 그만한 파도가 있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의 시기와 질투, 미움을 뒤로 하고, 같은 시기를 살아온 동료, 선, 후배에 대해 격려와 응원을 좀 더 보내게 되는 듯 합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 더하여 유가의 한 덕목으로서의 愼獨신독을 떠올립니다. 대학의 구절로,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그치지 않고 삼가하는 태도를 일컫습니다. 항상 내 주변의 모든 것은 좋을 때, 나쁠 때가 있으니, 내가 잘된다 하여서, 또는 내가 잘 안된다 하여 자만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스스로의 규율로써 조심하고, 겸허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역시도 그러한 자연의 하나로서, 꾸준히 완성해 가야하는 것이지, 어느 순간 잘했다고 해서, 또 잘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이 아님을 느끼고, 알아차리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올 해도 어느 덧 꽃이 지고, 초록이 돋기 시작합니다. 이는 또 무더운 여름이 되고, 어느덧 가을이 되겠지요. 계절의 순환이 매해 새롭고 또 새롭습니다. 어느덧 찾아올 낙엽과 겨울을 떠올리며, 편안하고 무탈하고, 또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되길 빌어봅니다.
1) 네이버 지식백과 한시어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664348&cid=60558&categoryId=6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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