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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Talk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 캐롤

by 연학 2018. 1. 15.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캐롤은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매년 시즌이 되면 부르게 되다보니, 한 번 좋아하게 된 곡은 그 이후로 평생 리스트에 올려 듣게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의 기억, 행복함과 즐거움의 기억, 성장의 기억, 슬픔과 아픔의 기억이 모두 뒤섞여 시간이 갈 수록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 듯 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다주신 디즈니 캐롤의 카세트 테이프들로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음악의 기억이 이제는 나름 제 마음 속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점점 커진 것을 느낍니다. 저의 취향으로 정리해 둔 곡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넘겨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Group A : Christmas의 성가곡들 (3곡)
               - Angel we have heard on high / Adeste Fideles /O holy Night


1996년, 명동성당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미사를 보게 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두 시간여가 넘게 추운 밖에서 기다리다가 성당 문이 열리고, 크리스마스의 장식으로 꾸며진 제대를 보던 순간, "이제 정말 크리스마스로구나"하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처음으로 불리는 성가는 어찌나 마음을 기쁘게 했던지요. 그것이 가톨릭 성가 101번 "글로리아 높으신 이의 축복"("Angels we have heard on high로, 프랑스 성가를 19세기에 영어로 개사. 개신교에서는 "천사들의 노래가"라고 번역)과 102번 "어서 가 경배하세 (Adeste Fideles, 바로크 시대의 성가로, 개신교에서는 "참 반가운 신도여"로 번역.)장입니다. 후렴구의 "글로리아(Gloria)"의 o를 그레고리안 성가의 톤으로 길게 노래하면서 특별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이 부분 때문에 이 노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원문으로 부르는 노래를 선호하는 터라, 비엔나 소년합창단의 "Les ange dans nos campagne"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Adeste Fideles"를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연주로 꼽습니다. 물론 변주곡도 좋아하는데, Angels we have heard on high를 부드러운 Tor+라는 연주가의 피아노 버전(Gloria)이 특히 좋습니다. 


Group B : Christmas는 가족과 함께 평화를 (7곡)
               - I'll be home for Christmas / White Christmas / Mele Kalikimaka (all by Bing Crosby)
               - I wish it could be Christmas all year long (Willo & Pillo)

               -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Larry Groce)

               - Christmas time is here (Vince Guaraldi Trio)

               - Christmas Song (이은미) / Christmas wishes (이승환)


2011년 12월, 다니던 회사에서 시카고에 교육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까페에서 저녁에 Bing Crosby의 I will be home for Christmas가 흘러 나왔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제법 새로운 노래가 흘러나올 때인데, 옛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도 신기했고, 또 이국 땅에서 크리스마스 철을 맞으니 며칠 안되었는데도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빙 크로스비의 음악은 초등학교 3학년 쯤에 아버지께서 사 주신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음반이 몇 장 안되던 시절, 돌려듣고 돌려 들었던 음악이라 모든 곡이 익숙했습니다. 인생 음반이라 할 수 있는 Disney Christmas All-Time Favorites 음반도 그렇습니다. 일곱살 때부터 들었던 음악들이어서, 평생 크리스마스를 기억할 땐 이 음악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Willo & Pillo의 I wish it could be Christmas all year long이나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느리고 서글픈 느낌이어서 어릴 때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그 노랫가사가 머리에 맴돌아 수년을 검색해서 다시 찾아내었던 곡이죠. 언젠가엔 정말 1년 내내 크리스마스였으면 하는 마음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기억합니다. Christmas town is here는 1960년대 Charlie Brown 크리스마스 앨범에 실린 음악입니다. 예전에는 이 곡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에 리메이크 곡도 좀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울한 블루스 느낌이지만, I wish it christmas all year long처럼 크리스마스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노래합니다. 



Christmas Song은 워낙 좋은 곡이 많이 있지만, 이은미의 버전으로 귀가 익숙해진 터라 이것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2000년대 초반을 함께 한 음악있는 음악입니다. 이승환의 Christmas Wishes는 Wham의 Last Christmas를 떠올리게 하는 박자이면서도 귀엽고 밝은 분위기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연인과의 달달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해 주지요.


Group C : 산타클로스에게 할 말 있어요 (4곡)

               - Here Comes Santa Claus (Larry Groce) / Petit Papa Noel (Tino Rossi, Andre Gagnon)
               - Santa Baby (Eartha Kitt) / Rudolph the rednosed raindeer (Destiniy Child)


산타클로스가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입니다. 그런 산타에게 무언가 소원을 빌고 싶은 마음은 어른이나, 어린아이나 마찬가지겠죠.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디즈니 캐롤 앨범의 Here comes Santa Claus는 그런 즐거움을 키워주었던 곡입니다. 아울러,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잠깐 알게 되었던 Petit Papa Noel도 산타 클로스를 기다리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는 곡이고요. 노래 버전도 좋지만, Andre Gagnon의 피아노 버전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되레 가슴징한 어른들의 산타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 하지요.



어른이 되서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주로, 산타 클로스가 내 사랑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게되는 듯 합니다. Eartha Kitt의 Santa Baby는 워낙 요즘 스타벅스 같은 까페에서 많이 익숙한 곡인데, 재즈의 느낌이 색다르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루돌프 사슴코는 워낙 버전이 많은데, 특별히 마음에 드는 버전이 없다가, 최근에 Destiny Child의 버전이 톡톡 튀어서 귀에 꽂혔습니다. 귀가 요즘 귀가 되었나봐요. 


Group D : 신나게 썰매를 타러 가요 (5곡)
               - The Twelve days of Christmas (Larry Groce)

               - Sleigh Ride (Larry Groce /Ella Fitzgerald / Karmin)

               - Winter Wonderland (Larry Groce / Ella Fitzgerald)

               - Frosty Snowman (Larry Groce / Fiona Apple) 

               - Jingle Bell (심형래, Bing Crosby)


어린 시절부터 1천번은 넘게 들었을 Disney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유쾌함이 넘쳐 났던 Twelve Days of Christmas 였을 겁니다. 비디오도 없던 시절에 가사가 무슨 뜻인 지도 모르면서, 뭐가 잔뜩 엉망진창이 되는 효과음만으로도 충분히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Sleigh Ride라는 노래도 이 때부터 알게 되었고요. 요새 까페에서 자주 들렸던 Ella Fitzgerald의 버전은, 어린 시절 디즈니의 음악으로 익숙해진 덕분에 더 좋아진 곡입니다. Karmin의 곡도 꽤 좋아합니다. 

Winter Wonderland와 Frosty Snowman은 감성 충만한 고2 때 들었던 곡인데, 디즈니의 다른 크리스마스 앨범에 있던 곡입니다. 매우 디즈니스러운 낭만의 버전으로 익숙해졌지만, 이후에도 많은 버전을 통해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Ella Fitzgerald의 버전도 매우 좋아하고, Frosty Snowman의 경우, Fiona Apple의 버전으로도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1970-80년대생들에게는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심형래의 코믹 캐롤집,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릴까 말까, 달릴까 말까"하는 가사에 다들 배를 잡고 웃어댔습니다. 어렸을 때는 우스꽝스런 노래 만으로도 즐거워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유명 개그맨들은 자신의 유행어를 넣어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을 내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지요.


Group E : 당신이 없는 크리스마스 (4곡)
               - Last Christmas(Wham)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Mariah Carey)
               - Blue Christmas(김윤아) / Rainy Christmas(김건모)




앞의 두 곡은 80년대와 90년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삶을 함께 한 곡이 될 것 같습니다. 그다지 팝음악을 잘 모르는 제게도, 두 곡만은 대단한 곡이었습니다. Last Christmas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항상 연주되고, 또 전세계 어디를 가도 소통할 수 있었던 곡이었습니다. 2005년 여름 베를린의 길거리 한복판에서 열린 클럽 파티에서, 각 나라의 젊은이들이 이 노래에 맞추어 환호하던 때를 잊지 못하겠네요.



김윤아의 Blue Christmas와 김건모의 Rainy Christmas는 2002년부터 자주 듣게 된 곡입니다. 우울한 솔로 시절을 달래주던 곡들입니다. MP3에 넣고 당시 군생활을 하던 청주/진주의 밤 고속도로를 오가던 시절이 떠오르게 해 줍니다. 멜랑콜리 한 듯 하면서도 피아노의 선율과 목소리가 제법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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