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기도
가톨릭 교회에는, 성인호칭 기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호칭기도(Litaniae)라는 것은 선창자가 청원하는 기도를 선창하면, 신자들은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십시오"하는 식의 응송을 하는 기도문입니다. 동방교회 시절, 성상 숭배 반대 분위기 속에서, 성인을 공경하기 위한 기도들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미사에도 반영되어, 자비송(Kyrie)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 형식이 신자들에게 전해져, 개인 기도를 바칠 때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하게 되었고, 이것이 발전하여 모든성인호칭 기도의 전통이 되었다고 합니다. 1
모든 성인 호칭 기도는,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천사들, 갖은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마치 옛날의 어느 만화에 나오는 것 같이, 급할 때에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조상니이이임~" 하며 부를 수 있는 것을 모두 부르는 것 같은 기도입니다. 주로 세례식이나, 부활전야의 세례갱신, 교황을 뽑기 위한 콘클라베 등, 가톨릭의 꽤 중요한 의식에서 불리게 됩니다. 그 기도를 통해서, 신자들은 오랜 신앙의 전통이라든가, 교회의 역사를 생각하게 되고, 이름이 불리는 모든 성인들을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옮길 때, 어쩌다가 핸드폰 연락처가 삭제되어 이 연락처를 하나하나 복원해 갈 때, 이메일 주소록을 업데이트할 때, 또 추석이며, 설, 연말연시를 보내며, 그간에 맺어왔던 수많은 인연을 다시금 살펴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 많은 인연들에 대해서 일일히 새로운 친구 요청을 보내고, 또 매 요청에 대한 수락 메시지가 핸드폰에 뜰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새롭게 뜰 때마다, 이름을 한 번씩 불러 봅니다. 그리고 그 분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매일을 지겹게 만나던 인연도 있고, 단 하루를 만났던 인연도 있습니다. 때론 이름으로만 알게 된 인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을 한 줄 한 줄 다시 접하고 불러봄으로써, 그 시간들이 바로 지금의 시간으로 되살아나는 듯 합니다.
개신교회를 다니는 분들 중에는 가끔,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의 목록을 두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분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그냥 단순한 신앙심의 발로였으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누군가를 생각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참 소중하고, 복받는 시간이겠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구절은 매우 식상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 다시금 되뇌이게 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낯간지럽지만, 당신의 이름이 나의 기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2014.12.22 수정)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365611&cid=50762&categoryId=5134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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