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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_The_Way

마지막 길에 대한 생각

by 연학 2022. 9. 25.

Britain's King Charles and Anne, Princess Royal attend the Funeral of HM Queen Elizabeth II at Westminster Abbey London, Ian Vogler/Pool via REUTERS

일전에 있었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은, 나름 세계의 영향력있는 현존 군주국가에서의 의전으로, 많은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70년만에 왕이 바뀌었으니, 그만큼 오랫동안 없었던 행사였기도 했고요. 죽어서도 "국가 행사에 동원되어야 하는 왕실의 일원"이구나 싶어 고인이 안쓰럽기도 했네요.

 

그래서 입관 전의 마지막 의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관 위에 놓여 운구되었던 여왕의 왕관과 홀이 제대로 돌아가고, "breaking of the wand"라는 마지막 의식으로, 여왕의 통치가 끝났음이 선포되는 장면이었죠. 왕으로서의 그 모든 부담이 내려지고, 이제 정말 편히 쉬러 가겠구나 싶은 느낌.

King Charles II, left, watches as The Lord Chamberlain Baron Parker breaks his Wand of Office, marking the end of his service to the sovereign, during a committal service for Britain's Queen Elizabeth II at St George's Chapel, Windsor Castle, in Windsor, England, Monday, Sept. 19, 2022.   Joe Giddens—Pool/AP

장례식이 죽은 이를 위해서 뿐 아니라, 산 이를 위한 의식인 점도 있는 만큼, 저도 결국 나의 장례식은 어떤 것이 되었으면 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의 장례식에, 운구될 내 관 위에는 나의 백팩과, 태블릿을 올려 놓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니, 평생 나의 사진에는 책이나 노트북이 가득 들은 가방이 있었으니까요.

 

이제 50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니, 막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마무리 하면 좋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보고서의 마지막 결론을 써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돌이켜 보니, 중구난방에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허둥지둥 뛰어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버린 것 같네요.

 

뭐 그것도 삶이고, 굳이 신이 그 자리에 없었을 이유도 없으니까. 굳이 후회할 것도 없고요. 소동파의 표현대로 "인간사 그저 한 판의 바둑"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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