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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_The_Way

名人 (가와바타 야스나리)

by 연학 2023. 9. 10.

민음사 출간본 표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인>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바둑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이런 글을 읽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바둑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도"와 "예술"의 경지로 다루고, 결투를 벌여야 하는 기사들의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설국>이라는 소설로도 유명하며, 일본 최초로 1968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소설은 65세의 일본 본인방(혼인보) 슈사이 명인의 은퇴 바둑 관전기를 연재한 것으로, 30세의 젊은 신성과 6개월에 걸친 대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자 40시간의 시간을 갖고 오랜 시간에 걸쳐 두는 바둑은 요즘 세상엔 흔하지 않지만, 최고의 바둑을 두고자 하는 기성들의 생각을 쫓아가 보기에는 이만한 주제가 없을 듯합니다. 중도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결국 바둑을 재개하였으나, 결국은 명인의 5집 패배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1년여 후 명인은 세상을 떠납니다.

 

AI 시대의 바둑이라, 실시간으로 세의 유리불리를 중계해 주고 블루스팟이라는 최적점에 얼마나 근접하게 두었는 지로 선수들의 역량을 보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이 사람다운 착점이다", "이 사람이 성숙해 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바둑을 바라보게 됩니다. 승부를 이기는 것과 함께, 자신의 기풍을 완성시켜 나가는 바둑의 묘미는 그래서 세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매력적인 것은, 바둑이라는 대상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전혀 이야기로 풀 수 없을 것 같은 대상들을 글로 펼쳐 내는 그 묘사와 생각에 매우 큰 부러움이 느껴집니다. 그들 만의 영역에 속한 삶의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Multi-Modal"의 맛이 깊은 여운을 남겨 줍니다.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시와 같은 짧은 언어, 그리고 암호와 같은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인간만의 맛을 찾아내는 것은 참 즐겁고, 높은 경지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그 언어를 풀어 내어 줄 수 있는 사람과 그 비밀을 공유해 나가는 소소한 즐거움 역시 그럴 터이고요. 요샌 챗GPT가 도리어 그 마음을 알아내 주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에게서 그런 감정을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인생이 재미가 없어졌나 싶은, 요즘의 한 중년 넋두리였습니다.

 

관련 기사: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신진서와 소설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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