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질문 (2022.10.4)
종교와 철학은 세상의 가장 근원적인 것을 질문해 왔습니다. 세상의 시작과 끝, 세계의 근본 원리, 생명과 인간의 시작과 끝, 선과 악에 관한 질문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인간은 인식과 사고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 그 때까지의 지식을 바탕으로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었습니다. 신화와 종교, 철학과 과학에서 쌓여진 지식과 지혜를 기반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는 깊이를 더했습니다. 세상을 만드는 근본 원소는 물, 불, 흙, 공기라고 했던 엠페도클레스나, 음양 오행의 원리에서 시작하여, 인류는 원자론과 뉴튼 물리학을 거쳐, 입자와 에너지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제는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전자, 그리고 쿼크를 발견하고, 양자역학, 통일장 이론이 없이는 우주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신화는 과학에 자리를 다 내어준 것처럼 보입니다.
수십억의 수십억분의 1을 다루는 무한의 세계까지 접근했지만, 그 다음은 또 다시 상상의 시작입니다. 인류의 상상력은 다시 여기서 우주와 세계의 차원을 확장하였습니다. 빅뱅 이후 또는 그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상상, 11차원의 세계에서 진동하는 1차원의 끈으로 만물이 이루어져 있다는 끈 이론, 멀티버스와 같은 과학 시대의 '신화'가 만들어집니다. 세계의 끝에 가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 형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과학과 함께 "고도화"되었습니다. 신화와 종교, 철학은 과학을 보는 '틀'에 대한 생각으로 한발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그 신화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생명 과학으로 인간까지 복제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이제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인간의 의식, 행복과 불행에 대한 부분도 이해하고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노화도 통제합니다. 아직 신은 있지만, 많은 부분 이제 과거의 '신의 영역'에 인간은 손을 대고 있습니다. 선악과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기술과 지식을 갖고 있다 해서 인류가 궁극으로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온 빛을 발견하였고, 가장 가까운 인근의 별이 4.3광년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류가 쏘아올린 물체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우주선은 발사 수십년만에 겨우 태양의 권역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 우주선 덩어리가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 정도 도착할 때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현생 인류로 진화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우주와 세계가 어떻게 창조되었으며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빅뱅이론과 우주론으로, 세계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는 양자역학을 비롯한 물리학의 원리들로 바뀌었습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와, 진화의 이론을 통해 인류를 설명하고, 뇌를 통한 인간 의식에 대한 이해가 또 하나의 궁극의 질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의식을 통해 만들어낸 사회와 지식, 문화가 한 발 더 나아간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비롯,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는 그 자체로 다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궁극의 질문은 기계 문명과 AI가 등장하며 '인간의 종말' 혹은 '신인류의 탄생'으로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멀리 간 질문은 결국, 지금 여기에 있는 인간,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깨닫는 것으로 돌아온 듯 합니다. 손오공이 가장 높이 뛰어올라,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에 들어온 것 같이, 결국 다시 신화와 종교와 철학의 질문을 넘어서지 못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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