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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_The_Way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질문들

by 연학 2024. 11. 21.



#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질문들

오늘 아침, 평소처럼 걸으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건너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학습과 연구 방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학습 상황을 떠올려보자. 수학 교과서를 펼쳤을 때, 우리는 으레 첫 장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려 한다. 집합과 명제부터 시작해서 한 장 한 장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합론의 깊은 늪에 빠져, 시커먼 페이지들과 씨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연구 논문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론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저자의 논리 전개 속에 갇혀버린다. 그리고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논문에서 내가 얻어가야 할 핵심은 무엇일까.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 '메타적 질문'의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훌륭한 지휘자는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자문한다. 각 악기가 지금 무엇을 들려주어야 하는가? 왜 이 부분에서 이 악기가 중요한가?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 속에서 각 파트의 역할은 무엇인가?

마찬가지로, 연구자로서 우리는 자료를 대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자료가 내 연구의 어떤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왜 이 부분이 중요한가?", "전체 맥락에서 이 정보의 위치는 어디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독해를 넘어서는 통찰을 가능하게 한다.

"왜"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우리가 어떤 내용을 학습하거나 연구할 때, "왜 이것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분야의 리뷰 논문을 읽을 때 우리는 종종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왜 이 리뷰를 읽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도 이 접근법은 유효하다. 교과서나 참고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대신, "내가 이 분야에서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이는 단순한 시간 절약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이해와 통찰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학습하고 연구해야 한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기 전에, 논문을 읽기 전에, 잠시 멈추어 이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왜 이것을 알아야 하는가?" 이 간단한 질문들이 우리의 학습과 연구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의 지식과 이해도 더욱 의미 있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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