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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Talk

로마인 이야기에 그었던 밑줄들

by 연학 2017. 1. 1.

로마인 이야기에 그었던 밑줄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15권에 걸친 대작입니다. 방대한 공부에도 불구하고 "로마사 연의"라는 비아냥마저 있을 만큼 오류도 많고, 편견에 사로잡힌 부분도 많아 정식의 역사서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나 일본 보수의 시각에 충실하였다는 지적은 오히려 책에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다만, 그녀가 그렇게 숭배해 마지 않았던 "마키아벨리" '로마사 논고' 생각할 , 역사서로서의 가치보다 '역사 평론서' '에세이'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덕분에 로마사나 역사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니 분명 재미있게 쓰인 이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글들을 정리하면서,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에 그어 두었던 밑줄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 있었습니다. 가끔씩 꺼내어 읽어볼만한 생각들이기에 공유해 볼까 합니다.

 


 

1

  • 신에게 수호를 요구하는 그리스-로마적인 사고방식은 생각해 보면 인간성에 적합한 자연스러운 욕구다. 유대교보다는 유연성이 풍부한 기독교, 특히 가톨릭 교회가 이 점에 주목했다. 수호신의 역할은 성자들의 대신 맡게 되었다.
  • 로마 융성의 원인은 당사자들이 만들어낸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분만큼 변덕스러운 것은 없으며, 기분을 새롭게 해 달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모든 사람이 기분을 일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분을 일신하려면 일신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수 밖에 없다. 즉, 제도화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플루타르코스는 패자까지 포용하여 동화시키는 로마인의 생활방식이야말로 로마가 융성한 요인이라고 단언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개방적 성향이 아닐까. 로마인의 진정한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개방성이 아닐까.

 

2

  • 뛰어난 지도자란 단지 뛰어난 재능만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인간이 아니다. 그의 지도를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기도 하다.
  • 지속적인 인간관계는 반드시 상호관계다. 일방적 관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바랄 수 없다. 신뢰는 찔끔찔끔 주지 않고 한꺼번에 주는 편이 더 큰 효과를 낳기 쉽다.
  • 담백하고 소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지도자로 성공하는 남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 아무리 교묘하게 고안된 전략전술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의 성격에 맞지 않으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기질에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법이다.

 

3

  • 로마에서 사회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계층간 이동이 경직된 경우다.
  • 총사령관에는 다음 가지 유형이 있을 것이다.
    • 자신이 총지휘를 맡아서 시작한 전쟁을 스스로 끝낼 있는 사람
    • 자신이 전쟁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끝낼 있는 사람
    • 자신이 총지휘를 맡아 시작했지만, 그리고 상당히 싸웠지만 전쟁을 끝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밖에 없는 사람
  • 여자운과 부하운은 결국 같은 뿌리를 가진 것이다. 인간의 행복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정신적인 측면에만 한정하면, '커뮤니케이션' 있다는 것은 사람을 충분히 행복하게 준다. 그렇기는 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록 '커뮤니케이션' 정도도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기준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충분하다고 느끼게 주면 된다.

 

4

  • 창안한 사람이 죽으면 그가 창안한 것까지 잃어버리는 것은 오리엔트의 결함이다. 옥시덴트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그가 이룩한 일은 계속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 카이사르는 최고 지성의 소유자였는데도,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민족의 문명화는 키케로의 훌륭한 산문이나 카툴루스의 서정적인 운문보다 경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이권이라는 것은 일단 내놓으면 그것을 손에 넣은 사람의 재량에 맡겨져버릴 우려가 있다. 여기에 제동을 거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 카이사르 "너희들의 의욕이 충분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너희들의 목숨보다 나 자신의 영광을 중시한다면, 지휘관으로는 실격이다."
  • 전쟁은 적에 대한 불신만 가지면 되지만, 정치는 다르다. 적조차도 신뢰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는 법이다.
  • 카이사르는 '여자'와 '돈'문제를 다룬 부분에서도 분명히 나타났듯이, 어떤 일을 할 때 한 가지 목적만 가지고 추진하는 사람이 아니다. 즉,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남의 이익 내지는 공공의 이익과 밀접하게 결부짓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 여자는 무시당했을 때 가장 깊은 상처를 입는 법이다.

 

5

  • 인간은 낙심해 있을 때 너한테는 책임이 없다는 말을들으면 그만 안심하여 '그래, 그건 내 책임이 아니었어'라고 생각해 버리는 법이다. 이렇게 생각해 버리면 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기가 어려워지고 지도자의 판단을 기다리는 소극성에 빠져버리기 쉽다.
  • 행운은 신이 내려주는 것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적이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카이사르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한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소. 내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중도파는 물론이고 반대파까지도 포용하지 않으면 진정한 정치를 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지휘관은 병사들 사이의 충동적 행동을 억누르면 안되고 오히려 부추겨야 한다. 전단이 열리자마자 요란하게 나팔을 불고 모든 전선에서 함성을 지르는 오랜 관습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적을 겁먹게 하는 동시에 아군을 부추겨 적에게 부딪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 전술은 요컨대 어떻게 하면 적을 배후에서 포위 공격할 것인가로 귀착되는 게 아닐까. 이 전법만이 적의 주력을 조기에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고독은 창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한테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숙명이다. 신이 창조의 재능을 준 대가로 고독을 주었나 싶을 정도다. 고독을 한탄하고 있으면 창조라는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아니, 사실은 한탄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도 정신적 여유도 없다.
  • 어떤 재능이 부족하다 해도 그것 자체로는 불리하지 않으며, 부족한 재능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과 협력 체제만 확립하면 된다. 일급 사령관이라면 반드시 퇴로를 생각해 두고 전쟁터에 나간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 병사들로 하여금 사령관이 이 전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전쟁터로 병사들을 몰아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6

  • 미개한 민족이 미개한 이유는 벌거벗은 힘 앞에서만 굴복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자기를 힘으로 압도한 자에게는 거리낌없이 경의를 표한다.
  • 정복자에게 피정복 민족의 지배층이 불만을 품는 것은 정복당하기 전에 자기네가 갖고 있던 권력이 정복자에게 침해되었다고 느꼈을 때다.
  • 인간은 자기가 잊고 싶은 일을 지적당하면 화를 내는 법이다. 고대인들의 생각에 따르면 운명을 끝까지 제 생각대로 좌우하려는 태도는 겸손함을 잊게 하고, 그 때문에 신들에게 복수를 당하기 때문이다.
  • 고바야시 히데오 "정치는 어떤 직업도 아니고 어떤 기술도 아니며, 고도의 긴장을 필요로 하는 생활"
  • 이런 상태를 참고 견디며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자질은 우선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꿰뚫어보는 인식력이다. 여기에는 자기 능력의 한게를 깨닫는 것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하루하루의 노고를 쌓아올리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믿고, 노고를 아끼지 않는 지속력이다. 셋째는 적당한 낙천성이고, 넷째는 어떤 일도 극단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균형감각이다.
  • 인간이란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동물.
  • 아우구스투스의 훌륭한 점은, 이렇게 핏줄에 집착하면서도 공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사적인 감정을 절대로 개입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핏 역설처럼 들리지만, 역설이 아니라 역설이 아니라 진실이다.
  • 문명도가 높을 수록 그 민족을 제패하기는 쉬워지고, 문명도가 낮을 수록 제패하기가 어려워진다. 공정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법률이라지만 그 법률을 지나치게 엄정히 실시하는 것은 불공정으로 이어진다.

 

7

  •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을 잃는 것이다. 사람들이 바치는 애정을 거부한 티베리우스와는 달리, 칼리굴라는 그 애정을 잃지 않으려고 전력을 기울이게 된다.
  • 일반 서민들은 광대한 제국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진두지휘를 해야만 진정한 지도자라고 믿는 법이다.
  • 진정한 역사가라면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다음, 논평으로 자신의 해석을 독자에게 전한다. 또한 프로 문장가라면 논평 조차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 자신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만큼 진정한 귀족적 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 장례식은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을 위한 의식이다. 따라서 가장 깊은 슬픔에 잠기는 사람에게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이 고통스럽기도 하다. 인사치레로 건네는 위로의 말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참기 어렵다.
  • 유능한 수족이 되려면 '머리'의 속마음까지 읽어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 정보 수집의 중요성은 절대적인 속도가 아니라 상대적인 속도에 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정보를 얻고 얻은 정보를 토대로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따른 지령을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보내는 데 있다는 것.
  • "FATA REGUNT ORBEM CERTA STANT OMNIA LEGE"

 

8

  • 로마인의 역사는 곧 '위기와 극복의 역사'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만 융성기의 위기와 극복은 번영으로 이어지지만, 쇠퇴기에 들어서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어도, 그것이 더 이상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했는데 왜 그것이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가,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로마 제국이 멸망한 요인에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 압승인지 아닌 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적의 사망자 수가 아니다. 그보다 아군의 희생자가 적은 편이 더 중요하다.
  • 인간은 뭔가에 열중하여 행동하고 있을 때는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일을, 그 행동이 일단락되면 당장 걱정하게 되는 법이다.
  • 위험을 배제하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위험에 발목이 붙잡힐 위험도 커진다.
  • 위험이 있으면 긴장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무의식중에도 궤도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는 육체의 눈만으로 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보라고, 콜로세움도 그런 눈으로 볼 필요가 있는 대상 가운데 하나다.
  • 시인 마르티알리스 "인생을 즐기는 것은 내일부터 하자고? 그러면 너무 늦다네. 즐기는 것은 오늘부터 해야 돼. 아니, 그보다 더 현명한 건 어제부터 이미 인생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네."

 

9

  • 소 플리니우스(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카일시우스 세쿤두스) "Non times bella nec provocas"
  • 소 플리니우스 "후세인들은 과연 우리를 기억해 줄까요. 기억될 만한 가치가 우리한테도 조금은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우리의 천분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오만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부지런함, 우리의 열성, 우리의 명예심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런 덕목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노력하는 게 인생이지만, 그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은 빛나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사람도 최소한 무명이나 망각에서 구원받을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 데 어떨까요?"
  • 아테네의 쇠퇴는 사실 아테네인에게 원인이 있다. 그리스 민족은 우수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활약할 무대를 찾기도 쉬웠고, 그래서 요즘 말하는 두뇌 유출에 따른 '공동화'가 쇠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었다.
  •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조직은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한 존재다. 효율성과 기능성의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것만이 그 조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 유대 사회 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 사회에서 되풀이 되는 현상이지만, 과격파가 세력을 갖기 시작하면 온건파는 자취를 감춘다. 예루살렘안에도 적지 않았던 온건파이지만, 이제는 과격파로 기울거나 연고를 찾아 국외로 떠나서 순식간에 세력을 잃어버렸다.
  • 황제 안토니누스 "현인의 철학도 황제의 권력도 감정을 절제하는 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이 사나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참을 수 밖에 없다."

 

10

  • 시스템이란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능력에 맞추어 사람들의 필요까지 충족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시스템을 창안한 사람의 능력과는 무관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기능을 발휘할 없고, 시스템으로서 지속성도 가질 수가 없다.
  •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운다는 격언이 있다지만, 나는 역사와 경험 양쪽에서 배우지 않으면 정말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지식이지만 그것을 피가 통하는 산지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1

  • 정통성과 실력은 이율배반의 관계에 있으면서도 둘 다 권력 행사에 꼭 필요한 것이다.
  • 후세가 정통성과 실력의 타협점을 찾은 결과 도달한 곳이 바로 입헌 군주제다. (요건 좀 일본인 다운 발상이지만.. ^^)
  • 실력의 세계는 야생동물의 세계와 비슷해서 사소한 부주의도 치명적이다. 대담한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는 당분간 눈을 감는 도량이 필요하다.
  •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권력자가 된 사람은 먼저 권력 기반을 보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중은 자기들과 비슷한 지도자에게는 친근감을 갖지만, 비슷하지 않은 지도자에게 더 끌리는 법이다.
  • 이러한 경향은 특히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려 마지못해 황제로 나서는 것은 언뜻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난세에 가장 성공률이 높은 것은 스스로 강렬하게 원해서 나선 사람이다. 강한 의욕이 있으니까 목표 설정도 명확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을 선택할 때도 진지하다. 반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려 나선 경우에는 목표도 막연하고 수단을 선택할 때도 우유부단해서 모든 게 어정쩡해지기 쉽다. '루비콘 강'을 건넌 이상, 어정쩡하게 행동하는 것만큼 해로운 것은 없다.
  • 율리우스 카이사르 "내가 나 자신에게 무엇보다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 권력자는 뜻밖에 부자유스러운 법이다. 하지만 그 부자유를 감수하기 때문에, 권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권력을 맡길 마음이 나는 것이다.

 

12

  • 순수한 신앙만으로는 종교가 하나의 조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아무리 종교를 기치로 내건다 해도, 교회가 조직인 것은 변함이 없다. 조직으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신앙과 냉철한 조직력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고, 그 바퀴를 돌리려면 기름이 필요하다.
  • 왕실 내부의 재빠른 쿠데타로 왕위에 올랐다 해도, 이런 경우에 새 왕이 하는 일은 국내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불만을 밖으로 돌리는 것이다. 인기도 실력에 포함되지만, 실력만으로는 지위를 정당화 할 수 없다. 지위를 정당화 하려면 실력만이 아니라 정통성도 필요하다.
  • 현실주의자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상대도 현실을 직시한다면 자기와 똑같이 생각할 테니까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을 때다.
  • 권력자는 설령 미움을 받더라도 경멸당하는 것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그런데 파르티아에 대한 저자세 외교로 그(마크리누스)가 얻은 것은 경멸 뿐이었다.
  • 개방노선은 로마인에게 DNA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일관된 정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 본질에 바탕을 둔 행위를 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법이다. 로마 시민권은 의욕만 충분하면 획득할 수도 있는 취득권이었기 때문에 아직 시민권을 갖지 못한 속주민은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로마 제국을 살리는 힘이 되었다.
  • 많은 사람의 가슴에 더 순순히 들어오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보다 비합리적인 감성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지위를 얻은 사람이 비합리적인 것에 더 익숙한 일반 대중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좋은 의미에서 대중과 거리를 두는 것인데, 거기에는 시간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 감성에 좌우되기 쉬운 인간을 상대로 계속 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친근감을 갖게 하면서 거리감도 품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인간은 명확한 '백'에서 명확한 '흑'으로 이동하려면 망설임을 느끼고 멈춰 서 버린다. 그 선을 넘으려면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 사이에 '회색지대'를 두는 방식은 초기 기독교회 지도자들이 갖고 있었던 경탄할 만한 유연성의 산물이었다. 변화에 대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게 할 것. 변한다 해도 대단한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할 것.
  • 그 시대(1세기)의 로마인에게 '정체성 위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었다. 그런데 3세기에는 답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답을 찾아 신플라톤주의 철학으로 달려가도, 그것은 지식인의 자기만족일 뿐 널리 일반인들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 답은 되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직면해 있는 것은 사후나 장래에 대한 불안보다 지금 현재 눈앞에 있는 결핍과 불안이었기 때문이다.


13

  • 로마제국은 무엇이든 규모가 크고 다양합니다. 융성기에도 그랬고 전성기에도 그랬지만, 끊임없이 쇠퇴하는 시기에 접어든 뒤에도 이 점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 너무 당연한 생각이라서 특기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려 할 때에는 가장 본원적인 명제로 돌아가서 방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최우선 사항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은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 가장 중요한 목적을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의 한계를 아는 능력이 있고 그것을 토대로 방침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면 미련을 갖지 않는 산뜻한 자세가 필요하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별로 미련을 갖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 중년 여자의 사랑은 젊은 여자의 경우처럼 꿈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절망에서 태어난다. 들키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 패권 국가든 패권자든, 패권을 손에 넣은 이상은 의무가 따른다. 첫째는 패권 아래 있는 나라나 사람을 보호할 의무이고, 둘째는 패권 아래 있는 나라나 민족 사이의 이해 관계를 조정해야 할 의무다.
  • 인간은 진실에 이르는 길을 들은 것만으로는 진심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구원까지 바라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로마인은 세 번 세계를 지배했다. 처음에는 군단으로, 다음에는 법률로, 마지막에는 기독교로."
  • 고문의 진언은 권력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탁상공론으로 끝나기 때문이고, 진언의 실현성도 그것을 현실화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권력자의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4

  • 인간의 얼굴을 표현하는 사람은 얼굴의 현실을 반영할 아니라, 자기가 얼굴을 어떻게 보는 지도 반영하는 법이다.
  •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으면 실시되는 정책이 좋은 결과를 있을 리가 없다.
  • 이질적은 요소도 끌어들여 활용하는 것은 지도자의 재능 가운데 하나지만, 아들까지 그런 재능을 물려받는 경우는 드물다.
  • 인프라는 처음에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방치해도 한동안은 계속 기능을 발휘하는 법이다.
  • 음모가 소용돌이 치는 속에서 살아가려면 뜻밖에도 교활하게 굴기보단 당당하게 정면돌파하는 편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 생활이 안정되면 민심도 안정된다. 민심이 안정된다는 것은 군사력을 이용한 방위가 기능을 발휘하는 것과 아울러 안전 보장 체계가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것은 로마의 전통인 종합안전보장의 철학이기도 했다.
  • 병사의 수는 문제가 아니다. 중견이 없는 조직은 자기가 가진 힘도 충분히 발휘할 없다.
  • 부사령관은 사령관이 반대하면 아무 일도 없다. 그리고 전쟁터에서는 임기응변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전략전술이 일치하지 않으면 일치감치 패인을 하나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개혁이 어려운 것은, 개혁으로 손해를 보는 기득권층은 개혁하면 손해라는 것을 금방 알기 때문에 격렬히 반대하는 반면, 개혁으로 이익을 터인 비기득권층은 개혁이 뭐가 어떻게 이로운 몰라서 당분간은 지지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거나 미지근하게 지지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 관료기구는 내버려 두기만 해도 비대해진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와는 달리 관료 세계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자기 보존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동류를 늘리는 방법으로 실현한다.
  • 신의 가르침이란 굳이 말하면 별점이나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와 비슷해서,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누구한테나 들어맞는 것으로 가득차 있다.
  • 달리 선택할 길이 없는 방식은 위험한 도박과 마찬가지다. 달리 선택할 있는 대안을 항상 여러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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