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삶의 답안지

모든 순간이 삶의 답안지

삶이라는 시험 문제에 나름의 답을 쓰며 삽니다.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잘 준비된 답안을 쓰고 싶었고,

기본적인 가치관이건, 정의에 대한 것이건, 그 어떤 결정과 선택에 대한 것이건.

'사전 답안지'를 준비하며 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마흔 쯤이 지나가버리고 잠시 생각하니,

결국 지금 내가 이야기 하는 모든 준비된 것이 허망할 뿐이고,

살아오면서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처신해 왔던

그 모든 것이 내 답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게 결정하고, 행동하고, 처신해 왔다면,

큰 관점에서는 오답이었을 수도 있고, 낙제점의 답안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써 내려온 답안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지금에 이르러
"그 때를 그리워 하는가?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그다지 그 어느 때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을 뿐더러,

모든 삶의 답안은 그 정해진 모든 환경에서 최선의 것이었다고 생각하기에,

혹여 이후의 시간을 생각할 때, 더 나은 답안이 있다 할 지라도,

내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