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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Talk

변주곡

by 연학 2018. 10. 15.

변주곡 (Variation)

어떤 주제(Theme)를 바탕으로 하여 리듬이나 선율에 변화를 주어 만든 악곡

중학교 1학년 때, 음악실에서 같은 반 동기가 연주하던 모차르트의 '작은 별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을 듣고 변주곡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냥 장난스럽게 치는 줄 알았던 '반짝반짝 작은 별'의 멜로디가 갑자기 화려한 기교의 곡으로 바뀌자, 당황하면서도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기돈 크레머의 해피버스데이 변주곡 같은 곡에 푹 빠져 보내곤 했습니다. 

꼭 이런 주제와 변주가 아니더라도, 원곡의 느낌을 가수나 연주자들이 자기의 느낌으로 살려 편곡한 곡들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K-Pop이 주류 문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유명했던 곡들을 오디션이나 경연 등에서 리메이크하여 연주하는 곡들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귀에 달라 붙습니다.

변주곡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재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르게 들려주는 것. 기대했던 그것이 아닌 다른 것에서 느껴지는 신선함, 이런 요소들은 우리에게 웃음을 줍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테마'의 범주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안정감도 있습니다. 장조로 된 밝은 곡을 단조로 조옮김하여 연주하면, 전혀 색다른 느낌이 되고, 동요는 마치 트롯트 가요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연주로 듣는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립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듯이, 모두가 아는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의 재미가 있습니다. 크게 이야기 하면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창조는 이런 류가 대부분일 겁니다.

미술의 연작이 또 그러한 맛이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가지로 변화를 주어 표현합니다. 모네의 연작들은 유사한 대상을 여러 차례, 여러 상황에서 그려냅니다. 같은 대상도 빛에 의해 다른 느낌의 것으로 변모합니다. 이것은 동일한 본질에 대해서도, 여러 환경에서 우리가 그것을 각기 다르게 방법으로 인식하는 것을 연상시킵니다. 노적가리 연작, 루앙 성당 들은 같은 대상을 같은 사람이 그렸지만, 모두 다른 색채와, 느낌과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대량 생산의 시대에 만들어지는 대중예술이라고 다를 것은 없습니다. 여러 서로 다른 작품이 하나의 동일한 대상을 다루면서, 전달의 메시지가 증폭되곤 합니다.

학문이 그렇고 지식이 또 그렇습니다. 본질은 같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 종종 그 대상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변주곡의 또 다른 매력은, '기본'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테마가 없이 변주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고전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고전을 알지 못하면 더 많은 변화를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를 '아는 이들만의 비밀된 웃음 코드'는 특별한 상승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물론 현상에서 하나씩 둘씩 생겨난 변화는 기본을 다시 뒤엎게 만드는 동인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새로운 양식은 다시 중심을 잡고,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플랫폼이 됩니다. 우리의 삶, 역사는 결국 이 과정을 반복인 듯 합니다. 

일상도 결국은 하나의 변주곡입니다. 사람의 테마라는 것이 무에 다를까요? 태어나고, 먹고, 배설하고, 자라나고, 사랑하고, 죽는 것이 누구에게 다른 것이 있을까요?  하루의 삶이라는 것이 또한 그렇습니다.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터나 학교에 다녀오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것들. 하루를 비추는 필터가 다르고 매일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다만, 테마의 중심을 잡고 가는가, 변화의 흐름 따라 점점 변화해 가는가는 오롯이 연주자와 감상자의 몫입니다. 흥에 가득 취한 재즈 연주자의 연주도, 가장 틀에 맞추어진 고전 작품도 모두 멋들어지게 즐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마지막은 다시 테마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갈 곳이 어디였던 지를 상기 시켜 주는 듯 합니다. 저녁 무렵 항구로 돌아오는 고깃배와 같이 말입니다. 우리 영혼의 변주곡도 이처럼 항상 새롭게 연주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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