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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와 상징을 찾아서 : 한 해독가의 고백 어린 시절 셜록 홈즈의 춤추는 인형이라는 추리소설에서 시작된 암호에 대한 나의 관심은, 삶의 여러 영역으로 뻗어나갔다. 그중에서도 시는 내게 가장 매혹적인 암호였다. 대학 시절, 상징주의 시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랭보의 색채를 가진 모음들, 보들레르의 '상응'들, 말라르메의 난해한 은유들... 이 모든 시적 장치들은 내게 완벽한 수수께끼였다. 시인들은 일상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상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전달했고, 나는 그 암호를 해독하는 데 심취했다. 도상학을 통해 그림 속 이야기를 해독하는 일에도 매료되었다. 마치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천재 어린이를 위한 추리 퍼즐'에 빠져있던 그때처럼, 나는 끊임없이 해독할 것들을 찾아다녔다. 시각 예술과 시는.. 2024. 11. 15.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최근 유튜브에 유행하는 밈입니다. 방송 기자의 멘트를 사용자가 편집하여, "꽁꽁 얼어붙은 한강" 이라는 말에 여러가지 다른 뉴스의 음성이나 영상을 이어 붙여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를테면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 "40대 범죄자 김씨가 걸어다닙니다." 하는 식입니다. 노래로 만드는 챌린지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최근 한 회의에서는 생성 AI가 사내 방송 아나운서의 역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미 유튜브 뉴스 방송에서 AI 아나운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어릴 적, 우리는 뉴스 방송을 녹음해 잘라내고 이어 붙이며 유머러스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만들곤 했습니다. 이런 장난은 뉴스 아나운서의 일정한 톤과 전달 방식을 이용하여.. 2024. 4. 24.
침묵의 음악 (draft) 음악의 세계에서 강렬한 포르티시모에서 갑작스러운 피아니시모로의 전환은 극적인 효과를 자아냅니다. 이런 변화는 마치 지휘자가 라데츠키 행진곡을 지휘하면서 격렬한 악단의 연주를 조용한 소리로 순간 전환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무대 위의 드라마와 같으며,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감정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라벨의 볼레로에서 보듯, 크레센도가 길고 느리게 진행될 때, 음악은 점점 더 강해지다가 종국에는 폭발적인 클라이맥스에 도달합니다. 이러한 점진적인 강조는 청중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감정의 절정으로 이끕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때로는 '크고 작은 것의 대조'처럼 강렬한 음악이 갑자기 침묵으로 교체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침묵은 뜻밖의 정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적 충격을 통해, 음악이 주는 강렬한 감동을 .. 2024. 4. 12.
名人 (가와바타 야스나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바둑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이런 글을 읽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바둑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도"와 "예술"의 경지로 다루고, 결투를 벌여야 하는 기사들의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이라는 소설로도 유명하며, 일본 최초로 1968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소설은 65세의 일본 본인방(혼인보) 슈사이 명인의 은퇴 바둑 관전기를 연재한 것으로, 30세의 젊은 신성과 6개월에 걸친 대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자 40시간의 시간을 갖고 오랜 시간에 걸쳐 두는 바둑은 요즘 세상엔 흔하지 않지만, 최고의 바둑을 두고자 하는 기성들의 생각을 쫓아가 보기에는 이만한 주제가 없을 듯합니다. 중도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결국 바둑을 .. 2023. 9. 10.
"τί τὸ ὄν" : What is being? 올 해는... 생일을 맞이하여, GPT 4.0의 글과 Dalle-2의 그림으로 갈음합니다. 잘 쓰는데요? 별도 수정 없이 올립니다. "τί τὸ ὄν" : What is being? As I sit down to pen my annual birthday message, I can't help but reflect on the past year with a mixture of calm and melancholy. The journey through the world of knowledge has been a voyage of self-discovery and introspection, much like a vagabond wandering with no fixed destination. My thought.. 2023. 3. 30.
다시 찾아야 할 것은 지식에 대한 진정성 다시 찾아야 할 것은 지식에 대한 진정성 - 2023.3.12 넘쳐나는 지식의 소스를 갖게 되었습니다.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클리셰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구글을 통한 검색 몇 번으로도, 보통 이상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ChatGPT는 이제 그 과정 자체도 대체해 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손으로 몇 번 찾은 분들보다, GPT를 활용한 분들이 더 빠른 일처리 속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복잡한 질문에도 더 잘 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 긴급한 리서치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살짝 얕은 이해에 기반한 피상적 리포트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좀 더 알아보면 좋을텐데, 책이라도 한 번 읽어보면, 아니 그 리뷰라도 한 번 제대로 읽어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답변들을 종종 받아.. 2023. 3. 21.
나이들어 다시 떠올린 음악과 미술 잠을 자려고 누워서, 오랜만에 음악을 틀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이 곡의 1악장을 들을 때마다, 저는 초등학교 5~6학년쯤의 어느 초여름 날 오후를 떠올립니다. 무엇인가 흥미 있는 것을 찾는 호기심 어린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 창밖은 신록이 깔려 있고, 당장 소나기라도 올 듯한 날씨입니다. 선풍기의 바람을 쐬며, 세상 없는 평화로움과 꿈꾸는 듯한 두근거림이 느껴집니다. 비슷하게 무언가를 생각나게 하는 피아노협주곡이 몇 곡 더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 1악장은 높은 바위 언덕을 올라가는 지친 사람의 절망감이 느껴지고, 2악장은 가을 저녁 남들 아무도 모르는 숲 속 호숫가에서 밤새 추억을 되새기는 영혼을 떠올립니다. 쇼팽의 협주곡 1번의 2악장은 닿을 수 없는 사랑을.. 2023. 3. 16.
생일 축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의 좋은 기능 중 하나는, 친구나 지인들의 생일을 Remind 해 준다는 점입니다. 생일은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특별한 날입니다. 어릴 때야, 모든 이들이 축하해 주고, 파티를 열어 주며,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으로 행복했지만, 나이가 들면 되레 그간의 추억과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돌아보는 날이 되는 듯 합니다. 생일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희망과 기대로 다음 해를 기대하는 시간입니다.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달력이 만들어지고 오랫동안 지속된 전통입니다. 그 사람이 특별하고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고, 선물을 주고, 그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는 날입니다. 친구 및 가족과 함께하는 성대한 축하 행사이든, 사랑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은 모임이든, .. 2023. 3. 13.
관심이 줄어드는 메타버스, 이제부턴? 2023년 초에는 ChatGPT의 광풍이 거셉니다. 게다가 코로나도 잠잠해지며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도 사그라든 분위기죠. 관련한 회사들의 주가도 고점 대비 80% 가까이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분위기입니다.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보고서에 "메타버스"를 넣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좀 빠르게 바뀌는 듯 합니다. 보통, 저의 하는 일에서는 이 정도 시점이 관련 기술을 도입할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인 산업에서는 그간에 비싸서 도입할 엄두를 못냈던 것들이 조금씩 가능해지기 시작해지는 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요새들어, 메타버스 게임도 깔아보고, 관련된 여러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고 있습니다만, 아직 매력적인 메타버스를 만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2023. 2. 25.
베네딕토 16세 엘리자베스2세의 장례식이 있어서였는지, 상대적으로 검소한 모습의 장례식이었습니다. 드라마틱해 보일 수 있었던 많은 순간이 있었음에도 그와 관련한 사진은 많이 올라오지 않은 듯 하네요. 미사 전체를 놓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 교인의 장례미사였으며, 관에 대한 장식 역시 외관상 매우 소박했습니다. (내부야 3중의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전임자를 보내는 현임의 마지막 기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사를 받으며 관이 나갈 때,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인파로부터 박수가 쏟아졌고, 무대가 끝난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이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죠. 저도 저의 장례 미사가 있다면, 출관 때에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265대.. 2023. 1. 6.
크리스마스 동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성탄절, 혹은 태양의 탄생 축제일을 정한 것은, 가장 어두울 때야 말로 가장 밝은 때를 향한 큰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이 때의 기쁨은, 정말로 큰 무엇이 생겨서라기보다는, 꿈꾸고 희망할 수 있어서 오는 듯 하다. 세상 아무 것도 달라질 것 없다. 다만, 이제부턴 낮이 길어지니, 적어도 지금보단 나아진 어느 봄날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성탄 제 1독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Seasonsgreetings #중요한것은꺾이지않는마음 이라며... 2023. 1. 2.
2022년 마무리 2022년 마무리입니다. 참 치열한 게임들이 많았어요. 월드컵 결승도, 대선도, 바둑도 그랬습니다. (아, 골프는 안늘었... ==3) 새로운 시도와, 위기감이 공존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라는 주제에 대한 오랜 화두의 실마리를 찾았고, "함께함"의 방법과 가치를 익힌 한 해였기도 하네요. 계절이 바뀌고 밤낮의 길이가 달라지듯, 시대가 달라짐은 당연하면서도, 쉽게 깨닫기엔 어려웠습니다. 한 동네에 45년을 살았습니다만, 나를 제외한 이 곳의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 나도 나이를 먹었군요. 대한민국은 제 연배가 익숙한 1990년대의 그 나라가 아닙니다. 제 연배의 사람들은 "라떼"가 아닌, "1인당 GDP 3천불 언저리인 아시아 변방의 왜소한 나라"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3만불.. 202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