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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소리 세상의 모든 소리자연은 살아 있는 기둥들이 때때로 모호한 말들을 새어 보내는 사원 사람들은 친근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 곳으로 들어간다어둠처럼 빛처럼 드넓으며 컴컴하고도 심원한 통일 속에서 긴 메아리 멀리서 섞이어 들듯 향과 색과 소리가 서로 화답하네La Nature est un temple où de vivants piliers Laissent parfois sortir de confuses paroles ; L’homme y passe à travers des forêts de symboles Qui l’observent avec des regards familiers. Comme de longs échos qui de loin se confondent, Dans une t.. 2018. 12. 23.
40년째 초보 바둑 일기 40년째 초보 바둑 일기시간 날 때면, 게임 앱으로 종종 두고 있는 아홉줄 바둑입니다. 백으로 두어 이겼습니다.아마 1단이시라는 아버지에게 초등학교 1학년쯤인가에 바둑을 배웠고, 어린 시절 이래저래 집중력도 좋아진다하여 입문서도 여러 차례 사다 보았지만, 원체 40년이 되도록 바둑은 왕초보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조치훈,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등의 이름을 TV에서 많이 보았고, 또 매주말이면 아버지가 틀어놓으셨던 TV의 바둑왕전 프로그램 때문에라도 바둑에 얽힌 이런 저런 용어들은 참 익숙한 편입니다. 여러 책을 통해서도 바둑의 비유나, 격언들은 인생에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아서, 나이가 들 수록 바둑이라는 게임은 한 번쯤 제대로 배워서 두고 싶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되레 저는 아직.. 2018. 11. 19.
지음(知音) 지음(知音)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거문고 연주자인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입니다. 종자기는 백아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그가 어떤 생각으로 연주하는 지 알아맞혔다고 하지요. 이에 백아는 자기의 소리를 알아주는(知音) 이가 종자기 밖에 없다 하였고, 종자기가 세상을 떠나자, 더 이상 자신의 연주를 알아주는 이 없다며 거문고의 현을 끊어 버립니다(백아절현伯牙絶絃).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아는 그 사이가 참으로 부러울 뿐이죠. 열 마디 하지 않고 한 줄의 글귀로서 모든 것이 표현되고 이해될 수 있는 사이를 만날 수 있다면, 마음이 크게 떨릴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감동적으로 보았던 영화가 '영웅-천하의 시작(2002년)'입니다. 호화캐스팅, 아름다운 색채와 영상미, 그리고 무인들간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 2018. 11. 3.
신을 두려워 할 줄 안다는 것 (2011) 신을 두려워 할 줄 안다는 것 (2011.1.10) '열심인, 혹은 독실한' 신자라고 할 수는 없는 나도 가끔은 성경을 뒤적여 볼 때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디서 들었던 것은 있어서 살다가 그 구절이 갑자기 그리워 질 때가 그렇습니다. 요새는 검색 기술이 좋아서, 기억나는 구절을 입력하기만 해도, 그 구절이 어느 책의 몇 장에 있는 것인지 다 알 수 있어 편리합니다. 게다가 필요하면 쉽게 원문으로도 접할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이건, 그 책에 기술된 '착한 사람'은 보통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록된 듯 합니다. 옛날 어디에 누가 살았는데, 그는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었다는 식이죠. 물론 그 사람은 당연히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이고, 우상을 숭배하지 않고, 하느님이 정해준.. 2018. 10. 31.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50&v=dYAoiLhOuao이 이야기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서 시작합니다. 플루타르크의 질문은 이렇습니다.괴수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아테네로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디미트리오스의 시대까지 보존합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는 방식으로 오랜 기간 배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커다란 배에서 판자 조각을 몇 개 갈아 끼운다고 해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왔던 '그 배'인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한다 해서 이 점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원래의 배에 있었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아.. 2018. 10. 28.
변주곡 변주곡 (Variation) 어떤 주제(Theme)를 바탕으로 하여 리듬이나 선율에 변화를 주어 만든 악곡 중학교 1학년 때, 음악실에서 같은 반 동기가 연주하던 모차르트의 '작은 별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을 듣고 변주곡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냥 장난스럽게 치는 줄 알았던 '반짝반짝 작은 별'의 멜로디가 갑자기 화려한 기교의 곡으로 바뀌자, 당황하면서도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기돈 크레머의 해피버스데이 변주곡 같은 곡에 푹 빠져 보내곤 했습니다. 꼭 이런 주제와 변주가 아니더라도, 원곡의 느낌을 가수나 연주자들이 자기의 느낌으로 살려 편곡한 곡들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K-Pop이 주류 문화가 되기 시작하면.. 2018. 10. 15.
내 인생의 풍경화 내 인생의 풍경화Claude Monet, Coquelicots, 1873, Oil on Canvas, Musee d'Orsay 나를 처음 서양 미술의 세계로 인도한 그림입니다. 서양 미술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서점 한 켠에서 사온 프린트 한 장이 그 시작이었네요. (작가의) 부인과 아들로 추정되는 모자가 개양귀비 꽃이 핀 들판으로 산책을 가는 장면입니다. 시골 생활을 많이 하지도 않았지만, 나름 낯설고 평화로운 풍경에 매료되었습니다. 1996년 오르세 미술관에서 처음 접했을 땐 오랫동안 동경하던 팝스타를 만난 느낌으로 벅차 올랐었네요. 이후로 모네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참 오랜 세월 그의 팬으로 살았습니다.Claude Monet, The waterlily pond (Nympheas), 1899.. 2018. 10. 13.
모든 순간이 삶의 답안지 모든 순간이 삶의 답안지 삶이라는 시험 문제에 나름의 답을 쓰며 삽니다.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잘 준비된 답안을 쓰고 싶었고,기본적인 가치관이건, 정의에 대한 것이건, 그 어떤 결정과 선택에 대한 것이건.'사전 답안지'를 준비하며 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마흔 쯤이 지나가버리고 잠시 생각하니,결국 지금 내가 이야기 하는 모든 준비된 것이 허망할 뿐이고,살아오면서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처신해 왔던그 모든 것이 내 답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렇지 못하게 결정하고, 행동하고, 처신해 왔다면,큰 관점에서는 오답이었을 수도 있고, 낙제점의 답안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써 내려온 답안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지금에 이르러.. 2018. 10. 9.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질문인데, 그 답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애당초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하지만, 도대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길을 잃기만 할 뿐입니다. 이 갑갑한 마음에, 지금까지의 탐색을 토대로, 나름의 생각 지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두어 볼까 합니다. 우선, 우리가 보통 묻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숨겨진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왜 사는가입니다. 아무리 최고의 논리와, 어휘로 궁극의 경지를 다룬다 해도, 결국 우리의 삶에 대한 관심은 “지금 여기에 내가 있기에" 생겨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느님, 제우스, 과학법칙, 철학 등등이 동원되고 발달합니다. 그리고 현실.. 2018. 9. 16.
불 같은 한 해의 근황 불 같은 한 해의 근황 참 신기한 것이, 한 20년 가까이 블로그에 끼적거린 것을 돌이켜 보니, 여름에는 글을 잘 안올렸었네요. 날씨가 더워지면 생각이라는 것을 안하게 되거나 아니면 뭔가 글같은 걸 완성시킬 마지막 집요함의 힘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또 가을이 되면, 선선해진 날씨 때문인지, 한 해와 삶을 돌아보게 되고, 성당도 좀 더 챙겨나가게 되고 하면서 또 블로깅도 하게 되는 듯 합니다. (​시즌제 신자의 종교 시즌이 그래서 시작합니다. 보통 모든 성인 축일을 전후한 시기부터, 이듬해 부활과 승천대축일 정도까지.)​ 요 몇 년은 뭔가 예전처럼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봄과 여름은 좀 심했어요. 힘이 되주고 같이 있던 팀원이 팀을 떠나고, 부서 일도 여러가지 변화와 .. 2018. 9. 8.
Reset : Hit Refresh Reset: Hit Refresh 리셋버튼에 대한 욕구는 언제 어느 때나 있어 왔습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는 "포맷해 버리고 싶다"는 표현으로 쓰기도 했지요. PC를 쓰면서 점차 레지스트리에 무엇이 가득차서 느려지고, 복잡해지고, 그 때문에 OS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 깨끗한 환경에서 쓰기를 바라왔던 것 같습니다. 요새는 그나마 PC를 쓰는 일이 단순해지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깔아 쓰던 시절처럼 시간이 갈 수록 PC가 느려지는 느낌은 좀 적어진 듯 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무언가에 계속 발목을 잡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 그 전과 다른 어떤 방향을 향해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조직이나 기업.. 2018. 4. 6.
네 편의 초상화 네 편의 초상화 (2018. 3.) 한 번쯤은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그림들이긴 합니다. 다만, 매번 그림을 보고, 그 그림에 대해서 뭔가 설명하고자 할 때엔, 마음에 느끼는 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초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한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초상화나 사람을 다룬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법이나 이런 것들은 제가 워낙 문외한이니 제껴두고, 그림에 담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제 삶에 대해서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를 던져줍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자 노력하다보면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성찰하게 되는 이치인 듯 합니다. 그들의 초상화 속 배경과 소품과, 표정으로 나타나는, 한 장에 압축되어 버린 '삶'의 깊이를 느껴보려 합니.. 2018.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