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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사람 가운데에 있다 신은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Deus inter homines habitat.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말이지만, 또 뭔가 설명하려면 쉽지 않은 말입니다. 그래도 그냥 오늘 밤엔 이런 이야기로 차나 한 잔 하는 건 어떨까 싶어서 화두를 꺼내 봅니다. 평소에 남들과 굳이 신이며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 할 일은 없다보니, 결국 한적한 주말 밤시간에 몇 자 남기는 글들이 이 쪽 주제들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 15년 전에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즈음에는 관심도 관심인지라, 종종 꺼내어 읽던 요한복음의 한 구절이 눈에 와닿았습니다. 예수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세례자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저 분이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가르쳐 주자, 두 제자가 예수를 따라갑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선생님.. 2016. 10. 1.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인생에 몇몇 기억에 남는 영화들의 하나로, 종종 이 영화를 고르곤 합니다. ラヂオの時間(라디오의 시간)이라는 동명의 연극을 1997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제가 본 것은 대략 2000년 경이었던 것 같고, 지금이나 그 때나 언제 보아도 120%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한국 흥행은 11만 정도로, 지금에야 작은 숫자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던 당시의 숫자로는 꽤 짭짤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흥행에 대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이었던 듯 합니다.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생방송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작은 공간에 인생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데 있습니다. 하나하나 파내서 이야기거리 삼고 싶은 주제가 매우 많고,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가 내는 목소리에 공감이 갑니다. 초짜 작가,.. 2016. 9. 18.
다반사 (茶飯事) 다반사 (茶飯事)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처럼 당연하고 매우 일상적인 일들을 다반사 (茶飯事)라고 합니다. 선불교에서도 쓰이는 말이라 하는데, 깨달음이 별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반복되는 흔한 생활에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합니다. 하긴 요새의 SNS를 보노라면, 다반사야 말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는 시시때때로 찻집, 음식점의 음식 사진이 올라오고, 얼마나 멋지게 먹고 다니느냐가 이야기 거리가 됩니다. 먹방에 이어 쿡방이 대세가 됩니다. 셰프들이 방송을 통해 스타가 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선 집에서 요리를 해 대접하는 모습들이 종종 방송됩니다. 하루는 채널을 네 번인가 다섯번을 돌렸는데, 그 모든 채널에서 프라이팬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쯤 .. 2016. 9. 10.
호칭기도 호칭기도 가톨릭 교회에는, 성인호칭 기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호칭기도(Litaniae)라는 것은 선창자가 청원하는 기도를 선창하면, 신자들은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십시오"하는 식의 응송을 하는 기도문입니다. 동방교회 시절, 성상 숭배 반대 분위기 속에서, 성인을 공경하기 위한 기도들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미사에도 반영되어, 자비송(Kyrie)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 형식이 신자들에게 전해져, 개인 기도를 바칠 때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하게 되었고, 이것이 발전하여 모든성인호칭 기도의 전통이 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성인 호칭 기도는,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천사들, 갖은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마치 옛날의 어느 .. 2016. 9. 5.
삶을 이해하는 Framework 삶을 이해하는 Framework 컨설팅 회사라는 곳에서 한 10년을 일했습니다. 종종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분석하고 진단하는 일을 하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에 체계적인 생각을 돕기 위해 기업 운영에 대한 여러가지 상세한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게 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또 새로운 진단 방법을 접할 때마다, '이런 진단 방법'들을 적용하여 우리 자신의 삶을 다면적으로 보면 어떨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라고 하는 질문을 조각조각 내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삶이라는 것을 결국 돈, 건강, 사람들과의 관계, 영적 생활, 취미나 패션 등등으로 조각내어, 자기의 목적이나 살고 싶은 방향에 맞춘 파인튜닝을 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정량적으로 스코어를 매겨서 만족도를.. 2016. 9. 4.
그래도 우리는 정원을 계속 가꾸어야 한다. "Il faut cultiver notre jardin." - Voltaire, Candid"그래도 우리는 정원을 계속 가꾸어야 한다." 어느 덧, 마흔을 넘기고,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유독 가을이 뭔가 책을 읽고, 글을 쓰기에 적합한 계절인 것 같습니다.뭔가 해 보려고 했으나 계속 버려두게 되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잡초 무성하게 버려진 정원을 다시 가꾸어 볼까 합니다. 16년 전, 생소한 HTML로 끼적끼적 홈페이지 만들어, 이것저것 내 잡동사니며 푸념을 늘어놓던 공간이 한동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었고요.남들과 더 많은 컨텐츠를 공유하고 교류했어야 할 시기에 많은 선배들의 대단한 말글 솜씨에 오히려 더 위축되어, 혼자만의 공간에 파묻혀 있기도 했습니다. 결국 뭔가 쓸 수 있는 말도 줄어.. 2016.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