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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질문인데, 그 답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애당초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하지만, 도대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길을 잃기만 할 뿐입니다. 이 갑갑한 마음에, 지금까지의 탐색을 토대로, 나름의 생각 지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두어 볼까 합니다. 우선, 우리가 보통 묻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숨겨진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왜 사는가입니다. 아무리 최고의 논리와, 어휘로 궁극의 경지를 다룬다 해도, 결국 우리의 삶에 대한 관심은 “지금 여기에 내가 있기에" 생겨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느님, 제우스, 과학법칙, 철학 등등이 동원되고 발달합니다. 그리고 현실.. 2018. 9. 16.
불 같은 한 해의 근황 불 같은 한 해의 근황 참 신기한 것이, 한 20년 가까이 블로그에 끼적거린 것을 돌이켜 보니, 여름에는 글을 잘 안올렸었네요. 날씨가 더워지면 생각이라는 것을 안하게 되거나 아니면 뭔가 글같은 걸 완성시킬 마지막 집요함의 힘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또 가을이 되면, 선선해진 날씨 때문인지, 한 해와 삶을 돌아보게 되고, 성당도 좀 더 챙겨나가게 되고 하면서 또 블로깅도 하게 되는 듯 합니다. (​시즌제 신자의 종교 시즌이 그래서 시작합니다. 보통 모든 성인 축일을 전후한 시기부터, 이듬해 부활과 승천대축일 정도까지.)​ 요 몇 년은 뭔가 예전처럼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봄과 여름은 좀 심했어요. 힘이 되주고 같이 있던 팀원이 팀을 떠나고, 부서 일도 여러가지 변화와 .. 2018. 9. 8.
Reset : Hit Refresh Reset: Hit Refresh 리셋버튼에 대한 욕구는 언제 어느 때나 있어 왔습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는 "포맷해 버리고 싶다"는 표현으로 쓰기도 했지요. PC를 쓰면서 점차 레지스트리에 무엇이 가득차서 느려지고, 복잡해지고, 그 때문에 OS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 깨끗한 환경에서 쓰기를 바라왔던 것 같습니다. 요새는 그나마 PC를 쓰는 일이 단순해지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깔아 쓰던 시절처럼 시간이 갈 수록 PC가 느려지는 느낌은 좀 적어진 듯 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무언가에 계속 발목을 잡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 그 전과 다른 어떤 방향을 향해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조직이나 기업.. 2018. 4. 6.
네 편의 초상화 네 편의 초상화 (2018. 3.) 한 번쯤은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그림들이긴 합니다. 다만, 매번 그림을 보고, 그 그림에 대해서 뭔가 설명하고자 할 때엔, 마음에 느끼는 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초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한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초상화나 사람을 다룬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법이나 이런 것들은 제가 워낙 문외한이니 제껴두고, 그림에 담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제 삶에 대해서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를 던져줍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자 노력하다보면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성찰하게 되는 이치인 듯 합니다. 그들의 초상화 속 배경과 소품과, 표정으로 나타나는, 한 장에 압축되어 버린 '삶'의 깊이를 느껴보려 합니.. 2018. 3. 11.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제가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바쁘게 쫓기다가 갑자기 여유가 생길 때면, 보통 서점을 찾곤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이 끝난 날은 시내의 큰 서점에 달려가 이 책 저 책을 열어보며 하루를 보내고 오곤 했는데, 거기서 비롯된 버릇인지 싶습니다. 무슨 책을 사지는 않는다고 해도, 서점에 있는 것만으로 많은 지적 자극이 됩니다. 예쁜 책들을 보면, 저도 그런 책을 한 권 만들고 싶어집니다. 수많은 책의 제목들은 제게 "넌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질문을 하는 듯도 합니다. 가만히 주제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요새 사람들이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 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이니, 인터넷 검색으로 요약된 자료를 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느.. 2018. 1. 26.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 캐롤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캐롤은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매년 시즌이 되면 부르게 되다보니, 한 번 좋아하게 된 곡은 그 이후로 평생 리스트에 올려 듣게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의 기억, 행복함과 즐거움의 기억, 성장의 기억, 슬픔과 아픔의 기억이 모두 뒤섞여 시간이 갈 수록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 듯 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다주신 디즈니 캐롤의 카세트 테이프들로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음악의 기억이 이제는 나름 제 마음 속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점점 커진 것을 느낍니다. 저의 취향으로 정리해 둔 곡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넘겨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Group A : Christmas의 성가곡들 (3곡) - Angel we have heard on high .. 2018. 1. 15.
두 여자의 축구 두 여자의 축구 저희 집의 두 여자, 아내와 딸은 이제 명실상부한 축구팬입니다. 응원하는 팀은 FC서울이고요. 지난 3년 동안, 1년에 적어도 다섯 경기 이상씩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 응원을 하고, 팀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고, 차를 타고 가며 한 시간 씩이나 축구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경기장을 찾는 날에는 전날부터 가방에 유니폼과 응원도구를 챙겨두기도 합니다.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이런 류의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들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저는 복 받은 남자입니다. 사실, 저도 가족과 함께 경기장에 가기 전에는 마음만 있었지, 실제 가보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을 가기 위해 어디서 표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 지도 몰랐었으니까요. 축구팬이 되고 싶었음에도, 주변에 그렇.. 2017. 10. 12.
데생 수업 : 본질에 대하여 데생 수업 : 본질에 대하여 사물의 본질(essence)에 대한 질문은, 대학교 1학년 쯤 시작된 것 같습니다. 특정 현상이나 사물을 다른 것과 구분 짓는 그 '무엇'이 무엇인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때늦은 사춘기적 감성으로 접근하자면, '어린 시절의 순수한 자아'가 어른이 되어가며 세파에 점차 때묻어 감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질문의 시작이었습니다. 도대체 순수한 나를 찾는다 하는데, 그 '순수한 나'는 무엇이었느냐 하는 질문이었죠. 한참 이런 류의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유럽에 배낭 여행을 떠났고, 무슨 만행을 떠난 스님처럼 여기저기 다니며 '깨달음'을 찾아다녔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산을 봐도, 강을 봐도, 길을 걸어도, 밥을 먹으며 질문에 대한 답만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쯤에 퐁피두 미술관 .. 2017. 2. 6.
로마인 이야기에 그었던 밑줄들 로마인 이야기에 그었던 밑줄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15권에 걸친 대작입니다. 그 방대한 공부에도 불구하고 "로마사 연의"라는 비아냥마저 있을 만큼 오류도 많고, 편견에 사로잡힌 부분도 많아 정식의 역사서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나 일본 보수의 시각에 충실하였다는 지적은 오히려 이 책에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다만, 그녀가 그렇게 숭배해 마지 않았던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를 생각할 때, 역사서로서의 가치보다 '역사 평론서'나 '에세이'로서의 가치는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책 덕분에 로마사나 역사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니 분명 재미있게 쓰인 책 이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옛 글들을 정리하면서,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에 그어 두었.. 2017. 1. 1.
글쓰기에 대한 단상 글쓰기에 대한 단상 어린 시절 이백과 두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난 그래도 이백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했었습니다. 좀 즉흥적인 면도 강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내뱉은 표현들이 엣지있게 느껴질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한 20년 정도 지나서 돌이켜 보면, 말을 던지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을 쓰기는 꽤나 어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말을 할 때는 청자와 나 사이에 함께 하는 지식이나 공감의 정도를 어느 정도 기본으로 알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비해, 실제 글을 쓸 때는 독자들간의 다양한 성향을 맞추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제 글 실력이 나빴다는 겁니다. 떠오르는 단상은 하루에도 수십가지인데, 그것을 어떻게 잘 정리해야 할 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 2016. 12. 19.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外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外 인생영화 2편 예나 지금이나, 흘러가는 시간은 참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나이 듦이라는 것은 서글픈 듯 하면서도, 또 그냥 그렇게 받아들일 법도 하고, 종종은 웃음 지을 일도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제게는 이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꽤나 감정 북받쳐 오르게 하는 무엇이었던 듯 싶습니다. 지금에야 담담해졌지만, 예전에는 특히 심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의 인생 영화 목록에는 시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네요.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지금까지의 제일은 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지만, 실제로는 설정만 유사할 뿐이고, 내용은.. 2016. 11. 28.
오늘치 꿈을 이루기 오늘치 꿈을 이루기 예전 직장 선배와 저녁을 먹다가 나온 이야기입니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럼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가급적 시간이나 금액의 제약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유사하게 제가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100억도 좋고, 1000억도 좋습니다. 큰 금액을 정해 놓고 시작합니다. 다만 이 돈을 은행에 두고 이자를 받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금액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나는 무슨 일을 할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도 짜 봅니다. 100억은 이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50억은 이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언제까지 어떤 결.. 2016.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