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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 다시 떠올린 음악과 미술 잠을 자려고 누워서, 오랜만에 음악을 틀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이 곡의 1악장을 들을 때마다, 저는 초등학교 5~6학년쯤의 어느 초여름 날 오후를 떠올립니다. 무엇인가 흥미 있는 것을 찾는 호기심 어린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 창밖은 신록이 깔려 있고, 당장 소나기라도 올 듯한 날씨입니다. 선풍기의 바람을 쐬며, 세상 없는 평화로움과 꿈꾸는 듯한 두근거림이 느껴집니다. 비슷하게 무언가를 생각나게 하는 피아노협주곡이 몇 곡 더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 1악장은 높은 바위 언덕을 올라가는 지친 사람의 절망감이 느껴지고, 2악장은 가을 저녁 남들 아무도 모르는 숲 속 호숫가에서 밤새 추억을 되새기는 영혼을 떠올립니다. 쇼팽의 협주곡 1번의 2악장은 닿을 수 없는 사랑을.. 2023. 3. 16.
생일 축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의 좋은 기능 중 하나는, 친구나 지인들의 생일을 Remind 해 준다는 점입니다. 생일은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특별한 날입니다. 어릴 때야, 모든 이들이 축하해 주고, 파티를 열어 주며,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으로 행복했지만, 나이가 들면 되레 그간의 추억과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돌아보는 날이 되는 듯 합니다. 생일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희망과 기대로 다음 해를 기대하는 시간입니다.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달력이 만들어지고 오랫동안 지속된 전통입니다. 그 사람이 특별하고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고, 선물을 주고, 그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는 날입니다. 친구 및 가족과 함께하는 성대한 축하 행사이든, 사랑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은 모임이든, .. 2023. 3. 13.
관심이 줄어드는 메타버스, 이제부턴? 2023년 초에는 ChatGPT의 광풍이 거셉니다. 게다가 코로나도 잠잠해지며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도 사그라든 분위기죠. 관련한 회사들의 주가도 고점 대비 80% 가까이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분위기입니다.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보고서에 "메타버스"를 넣었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좀 빠르게 바뀌는 듯 합니다. 보통, 저의 하는 일에서는 이 정도 시점이 관련 기술을 도입할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인 산업에서는 그간에 비싸서 도입할 엄두를 못냈던 것들이 조금씩 가능해지기 시작해지는 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요새들어, 메타버스 게임도 깔아보고, 관련된 여러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고 있습니다만, 아직 매력적인 메타버스를 만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2023. 2. 25.
베네딕토 16세 엘리자베스2세의 장례식이 있어서였는지, 상대적으로 검소한 모습의 장례식이었습니다. 드라마틱해 보일 수 있었던 많은 순간이 있었음에도 그와 관련한 사진은 많이 올라오지 않은 듯 하네요. 미사 전체를 놓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 교인의 장례미사였으며, 관에 대한 장식 역시 외관상 매우 소박했습니다. (내부야 3중의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전임자를 보내는 현임의 마지막 기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사를 받으며 관이 나갈 때,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인파로부터 박수가 쏟아졌고, 무대가 끝난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이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죠. 저도 저의 장례 미사가 있다면, 출관 때에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265대.. 2023. 1. 6.
크리스마스 동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성탄절, 혹은 태양의 탄생 축제일을 정한 것은, 가장 어두울 때야 말로 가장 밝은 때를 향한 큰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이 때의 기쁨은, 정말로 큰 무엇이 생겨서라기보다는, 꿈꾸고 희망할 수 있어서 오는 듯 하다. 세상 아무 것도 달라질 것 없다. 다만, 이제부턴 낮이 길어지니, 적어도 지금보단 나아진 어느 봄날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성탄 제 1독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Seasonsgreetings #중요한것은꺾이지않는마음 이라며... 2023. 1. 2.
2022년 마무리 2022년 마무리입니다. 참 치열한 게임들이 많았어요. 월드컵 결승도, 대선도, 바둑도 그랬습니다. (아, 골프는 안늘었... ==3) 새로운 시도와, 위기감이 공존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라는 주제에 대한 오랜 화두의 실마리를 찾았고, "함께함"의 방법과 가치를 익힌 한 해였기도 하네요. 계절이 바뀌고 밤낮의 길이가 달라지듯, 시대가 달라짐은 당연하면서도, 쉽게 깨닫기엔 어려웠습니다. 한 동네에 45년을 살았습니다만, 나를 제외한 이 곳의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 나도 나이를 먹었군요. 대한민국은 제 연배가 익숙한 1990년대의 그 나라가 아닙니다. 제 연배의 사람들은 "라떼"가 아닌, "1인당 GDP 3천불 언저리인 아시아 변방의 왜소한 나라"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3만불.. 2023. 1. 2.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질문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질문 (2022.10.4) 종교와 철학은 세상의 가장 근원적인 것을 질문해 왔습니다. 세상의 시작과 끝, 세계의 근본 원리, 생명과 인간의 시작과 끝, 선과 악에 관한 질문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인간은 인식과 사고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 그 때까지의 지식을 바탕으로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었습니다. 신화와 종교, 철학과 과학에서 쌓여진 지식과 지혜를 기반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는 깊이를 더했습니다. 세상을 만드는 근본 원소는 물, 불, 흙, 공기라고 했던 엠페도클레스나, 음양 오행의 원리에서 시작하여, 인류는 원자론과 뉴튼 물리학을 거쳐, 입자와 에너지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제는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전자,.. 2022. 10. 4.
마지막 길에 대한 생각 일전에 있었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은, 나름 세계의 영향력있는 현존 군주국가에서의 의전으로, 많은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70년만에 왕이 바뀌었으니, 그만큼 오랫동안 없었던 행사였기도 했고요. 죽어서도 "국가 행사에 동원되어야 하는 왕실의 일원"이구나 싶어 고인이 안쓰럽기도 했네요. 그래서 입관 전의 마지막 의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관 위에 놓여 운구되었던 여왕의 왕관과 홀이 제대로 돌아가고, "breaking of the wand"라는 마지막 의식으로, 여왕의 통치가 끝났음이 선포되는 장면이었죠. 왕으로서의 그 모든 부담이 내려지고, 이제 정말 편히 쉬러 가겠구나 싶은 느낌. 장례식이 죽은 이를 위해서 뿐 아니라, 산 이를 위한 의식인 점도 있는 만큼, 저도 결국 나의 장례식은 어떤.. 2022. 9. 25.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문득 생각해 보니, 뭐 우울증 그런 거라기보다는... 차분하게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되네요. Good Death에 대한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많이 있고, 떠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강연들은 많은데. 막상, 블로그가 되었건, 페북이나 인스타가 되었건, 가족들이나 친구가 되었건,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데에는 "뭔가 다른 시그널"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말을 아끼게 됩니다. 되레 장난스런 표현으로, "자살토끼" 같은 느낌으로 마포대교, 번개탄 운운, 최근에 나온 자살 기계 같은 것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술자리에서 먹히는 토픽이 되곤 합니다. 뭐 너무 힘들어서 당장 죽고 싶은 것이건, 굳이 살고 싶지 않은 것이라서 스스로의 인생들을 술이며, 기타 .. 2022. 7. 3.
나의 30년, 그들의 30년 1970 Nonhyun, Gangnam, Seoul - 영동 개발, 강남구 [Gangnam-gu, 江南區], Seoul, Korea, 1970 - Photographer Unidentified - 영동개발 초기 논현동에서 테헤란로 방향 . [source] https://www.instagram.com/designersparty/ . [source ] http://www.designersparty.com/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고 옆의 교회에서의 오후, 저녁 종소리가, 넓은 공터에 퍼지고, 우리 집에 들렸다고 하면, 듣는 사람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강남의 지금만 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유아기 시절 기억하는 강남은, 시골에 도로나 건물이 들어선 지 얼마 안된 한적한 마을이었다. .. 2022. 4. 1.
편안히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갑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드는 시간을 인간이 느끼기에, 1살 때에 1로 느낀다면, 두 살 때엔 1/2, 열 살 때엔 1/10으로 지나가는 듯 합니다. 마흔 일곱이 느끼는 시간의 길이는 1/47 정도가 되겠지요. 열 살 때보다는 거의 다섯배의 속도로 지나가는 것이겠지요. 더 많이 알아서일 지, 더 많은 관계나, 챙겨야할 일, 해야 할 일이 늘어나서 일지요? 반대로 그 시간의 모든 순간을 향유할 수 없을만큼 점차 감각과 이성이 둔해지고 노화되기 때문일 지요? 몇 해 전만 해도 노안이 오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노안을 호소해도 당연한 나이가 되어 있네요. 노안을 생각할 때면, 파우스트의 2막에 "근심"이 파우스트에게 찾아오는 장면을 종종 생각합니다. 메.. 2022. 3. 30.
모든 칼은 양날의 검 2022.03.07. "역경易經"의 제목을 영어로 번역하면 Book of Changes 라고 합니다. 세상의 변화 원리를 기술한 책이라고 하죠. 하늘의 때와, 스스로의 노력이 어떻게 조화하고 대립하며, 그 기운이 차고 기우는 지에 대한 64가지의 상태를 설명합니다. 요사이, 나라와 조직, 개인이 강성해지고, 또 쇠락하고, 다시 부흥하는 과정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급성장한 재벌 그룹의 이야기나, 한국 전쟁 이후 우리 나라의 성장기, 중국과 러시아의 부활, 또 반대로 쇠락을 경험하는 나라와 기업의 이야기들이 눈길을 끕니다. 약간의 관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 자기를 흥하게 한 도구가 언젠가는 자기의 목줄을 죄는 날이 온다"고 할 것 같습니다. '칼로써 흥한 자 칼로써 망한다'는 이야기도 그.. 2022.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