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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Time Talk36

신을 두려워 할 줄 안다는 것 (2011) 신을 두려워 할 줄 안다는 것 (2011.1.10) '열심인, 혹은 독실한' 신자라고 할 수는 없는 나도 가끔은 성경을 뒤적여 볼 때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디서 들었던 것은 있어서 살다가 그 구절이 갑자기 그리워 질 때가 그렇습니다. 요새는 검색 기술이 좋아서, 기억나는 구절을 입력하기만 해도, 그 구절이 어느 책의 몇 장에 있는 것인지 다 알 수 있어 편리합니다. 게다가 필요하면 쉽게 원문으로도 접할 수 있습니다. 어느 책이건, 그 책에 기술된 '착한 사람'은 보통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록된 듯 합니다. 옛날 어디에 누가 살았는데, 그는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었다는 식이죠. 물론 그 사람은 당연히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이고, 우상을 숭배하지 않고, 하느님이 정해준.. 2018. 10. 31.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50&v=dYAoiLhOuao이 이야기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서 시작합니다. 플루타르크의 질문은 이렇습니다.괴수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아테네로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디미트리오스의 시대까지 보존합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는 방식으로 오랜 기간 배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커다란 배에서 판자 조각을 몇 개 갈아 끼운다고 해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왔던 '그 배'인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한다 해서 이 점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원래의 배에 있었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아.. 2018. 10. 28.
변주곡 변주곡 (Variation) 어떤 주제(Theme)를 바탕으로 하여 리듬이나 선율에 변화를 주어 만든 악곡 중학교 1학년 때, 음악실에서 같은 반 동기가 연주하던 모차르트의 '작은 별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을 듣고 변주곡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냥 장난스럽게 치는 줄 알았던 '반짝반짝 작은 별'의 멜로디가 갑자기 화려한 기교의 곡으로 바뀌자, 당황하면서도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기돈 크레머의 해피버스데이 변주곡 같은 곡에 푹 빠져 보내곤 했습니다. 꼭 이런 주제와 변주가 아니더라도, 원곡의 느낌을 가수나 연주자들이 자기의 느낌으로 살려 편곡한 곡들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K-Pop이 주류 문화가 되기 시작하면.. 2018. 10. 15.
내 인생의 풍경화 내 인생의 풍경화Claude Monet, Coquelicots, 1873, Oil on Canvas, Musee d'Orsay 나를 처음 서양 미술의 세계로 인도한 그림입니다. 서양 미술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서점 한 켠에서 사온 프린트 한 장이 그 시작이었네요. (작가의) 부인과 아들로 추정되는 모자가 개양귀비 꽃이 핀 들판으로 산책을 가는 장면입니다. 시골 생활을 많이 하지도 않았지만, 나름 낯설고 평화로운 풍경에 매료되었습니다. 1996년 오르세 미술관에서 처음 접했을 땐 오랫동안 동경하던 팝스타를 만난 느낌으로 벅차 올랐었네요. 이후로 모네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참 오랜 세월 그의 팬으로 살았습니다.Claude Monet, The waterlily pond (Nympheas), 1899.. 2018. 10. 13.
모든 순간이 삶의 답안지 모든 순간이 삶의 답안지 삶이라는 시험 문제에 나름의 답을 쓰며 삽니다.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잘 준비된 답안을 쓰고 싶었고,기본적인 가치관이건, 정의에 대한 것이건, 그 어떤 결정과 선택에 대한 것이건.'사전 답안지'를 준비하며 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마흔 쯤이 지나가버리고 잠시 생각하니,결국 지금 내가 이야기 하는 모든 준비된 것이 허망할 뿐이고,살아오면서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처신해 왔던그 모든 것이 내 답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렇지 못하게 결정하고, 행동하고, 처신해 왔다면,큰 관점에서는 오답이었을 수도 있고, 낙제점의 답안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써 내려온 답안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지금에 이르러.. 2018. 10. 9.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질문인데, 그 답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애당초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하지만, 도대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길을 잃기만 할 뿐입니다. 이 갑갑한 마음에, 지금까지의 탐색을 토대로, 나름의 생각 지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두어 볼까 합니다. 우선, 우리가 보통 묻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숨겨진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왜 사는가입니다. 아무리 최고의 논리와, 어휘로 궁극의 경지를 다룬다 해도, 결국 우리의 삶에 대한 관심은 “지금 여기에 내가 있기에" 생겨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느님, 제우스, 과학법칙, 철학 등등이 동원되고 발달합니다. 그리고 현실.. 2018. 9. 16.
불 같은 한 해의 근황 불 같은 한 해의 근황 참 신기한 것이, 한 20년 가까이 블로그에 끼적거린 것을 돌이켜 보니, 여름에는 글을 잘 안올렸었네요. 날씨가 더워지면 생각이라는 것을 안하게 되거나 아니면 뭔가 글같은 걸 완성시킬 마지막 집요함의 힘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또 가을이 되면, 선선해진 날씨 때문인지, 한 해와 삶을 돌아보게 되고, 성당도 좀 더 챙겨나가게 되고 하면서 또 블로깅도 하게 되는 듯 합니다. (​시즌제 신자의 종교 시즌이 그래서 시작합니다. 보통 모든 성인 축일을 전후한 시기부터, 이듬해 부활과 승천대축일 정도까지.)​ 요 몇 년은 뭔가 예전처럼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봄과 여름은 좀 심했어요. 힘이 되주고 같이 있던 팀원이 팀을 떠나고, 부서 일도 여러가지 변화와 .. 2018. 9. 8.
Reset : Hit Refresh Reset: Hit Refresh 리셋버튼에 대한 욕구는 언제 어느 때나 있어 왔습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는 "포맷해 버리고 싶다"는 표현으로 쓰기도 했지요. PC를 쓰면서 점차 레지스트리에 무엇이 가득차서 느려지고, 복잡해지고, 그 때문에 OS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 깨끗한 환경에서 쓰기를 바라왔던 것 같습니다. 요새는 그나마 PC를 쓰는 일이 단순해지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깔아 쓰던 시절처럼 시간이 갈 수록 PC가 느려지는 느낌은 좀 적어진 듯 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무언가에 계속 발목을 잡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 그 전과 다른 어떤 방향을 향해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조직이나 기업.. 2018. 4. 6.
네 편의 초상화 네 편의 초상화 (2018. 3.) 한 번쯤은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그림들이긴 합니다. 다만, 매번 그림을 보고, 그 그림에 대해서 뭔가 설명하고자 할 때엔, 마음에 느끼는 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초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한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초상화나 사람을 다룬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법이나 이런 것들은 제가 워낙 문외한이니 제껴두고, 그림에 담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제 삶에 대해서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를 던져줍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자 노력하다보면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성찰하게 되는 이치인 듯 합니다. 그들의 초상화 속 배경과 소품과, 표정으로 나타나는, 한 장에 압축되어 버린 '삶'의 깊이를 느껴보려 합니.. 2018. 3. 11.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제가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바쁘게 쫓기다가 갑자기 여유가 생길 때면, 보통 서점을 찾곤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이 끝난 날은 시내의 큰 서점에 달려가 이 책 저 책을 열어보며 하루를 보내고 오곤 했는데, 거기서 비롯된 버릇인지 싶습니다. 무슨 책을 사지는 않는다고 해도, 서점에 있는 것만으로 많은 지적 자극이 됩니다. 예쁜 책들을 보면, 저도 그런 책을 한 권 만들고 싶어집니다. 수많은 책의 제목들은 제게 "넌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질문을 하는 듯도 합니다. 가만히 주제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요새 사람들이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 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이니, 인터넷 검색으로 요약된 자료를 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느.. 2018. 1. 26.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 캐롤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캐롤은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매년 시즌이 되면 부르게 되다보니, 한 번 좋아하게 된 곡은 그 이후로 평생 리스트에 올려 듣게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의 기억, 행복함과 즐거움의 기억, 성장의 기억, 슬픔과 아픔의 기억이 모두 뒤섞여 시간이 갈 수록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 듯 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다주신 디즈니 캐롤의 카세트 테이프들로부터 시작한 크리스마스 음악의 기억이 이제는 나름 제 마음 속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점점 커진 것을 느낍니다. 저의 취향으로 정리해 둔 곡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넘겨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Group A : Christmas의 성가곡들 (3곡) - Angel we have heard on high .. 2018. 1. 15.
두 여자의 축구 두 여자의 축구 저희 집의 두 여자, 아내와 딸은 이제 명실상부한 축구팬입니다. 응원하는 팀은 FC서울이고요. 지난 3년 동안, 1년에 적어도 다섯 경기 이상씩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 응원을 하고, 팀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고, 차를 타고 가며 한 시간 씩이나 축구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경기장을 찾는 날에는 전날부터 가방에 유니폼과 응원도구를 챙겨두기도 합니다.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이런 류의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들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저는 복 받은 남자입니다. 사실, 저도 가족과 함께 경기장에 가기 전에는 마음만 있었지, 실제 가보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을 가기 위해 어디서 표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 지도 몰랐었으니까요. 축구팬이 되고 싶었음에도, 주변에 그렇.. 2017. 10. 12.